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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톡식 컬처

톡식 컬처 (Toxic Culture)란?

사람들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나쁜 문화를 떠난다

by Jay

아마 여러분들은 '독성이 있는'이란 뜻을 가진 'toxic'이라는 영어 단어에 대해서 다소 생소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원래 'toxic'이란 단어는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대에 공장에서 사용되는 유독물질을 부르던 말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 단어는 일터에서 '독성이 있는 직장(toxic workplace)'이나 '독성이 있는 리더(toxic leader)'를 지칭하는데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조직문화의 어두운 면, 톡식 컬처


'톡식 컬처(toxic culture)'는 말 그대로 직원들에게 독이 되는 문화입니다. 구성원들을 존중하지 않고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마저 무시하며 구성원들에게 공정하게 돌아가야 할 기회를 박탈하는 등 구성원들을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힘들게 하는 해로운 조직문화인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일하는 조직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유해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톡식 컬처는 생각보다 우리 옆에 가까이 있습니다. 성과 달성에 대한 압박 속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상사로부터 폭언과 욕설을 듣고 우울감에 빠지는 이야기나 윗사람에게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좌절감이나 무기력감을 느끼는 직원들의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뉴스의 한 면을 장식하고 있거나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들어볼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톡식 컬처는 직원들의 심리적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높일 뿐만 아니라 좌절감이나 분노, 무기력감, 두려움, 그리고 소외감 등 극도의 부정적 감정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조직이나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일상에서 톡식 컬처의 영향을 받는 상황은 어떤 상황일까요? 다음의 사례들을 한번 살펴봅시다.


"우리 회사에서는 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높은 실적 목표가 떨어지고 회사는 지독한 감시와 통제로 나를 압박한다. 매주 월요일 주간회의뿐만 아니라 매일 오전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팀장의 호출이 있을 때면 내 가슴이 덜컹하면서 그때마다 죽을 맛이다. 내가 과연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팀원들 중에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닐까? 내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팀장님이나 팀원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때그때 상황을 모면하면서도 나는 어떻게 해서든 나에게 주어진 목표를 달성을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때로는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게다가 나도 모르게 계속 조금씩 밀고 들어오는 일 때문에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회사에서는 같은 팀 안에서도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동료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한다. 우리 회사의 평가시스템에서 성과급을 더 받거나 승진을 먼저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동료들을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계속 뒤처지게 되면 내 연봉이 삭감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회사는 나에게 퇴사를 은근히 압박할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우리 팀동료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지도 않을뿐더러 보이지 않게 뒤에서 험담하거나 깎아내리면서 서로에게 도를 넘는 공격을 하기도 한다. 같은 팀 안에서도 협력이 안되지만 부서 간에도 협력이 잘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팀장들도 서로 경쟁하다 보니 부서 간 조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서로 자기주장만 하면서 대립만 반복하는 분위기다."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는 마치 군대문화 같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돌쇠처럼 상부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기를 강요하기 때문에 우리들의 의견은 무시되기 일쑤이고 이제 우리들은 할 말이 있어도 입을 아예 닫아버리고 침묵한다. 임원들은 모든 권력을 움켜쥐고 회사의 모든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서 마치 상투를 잡고 흔들듯이 우리에게 자신들의 지시에 따를 것을 강요한다. 윗사람의 지나가는 한마디면 실무진의 업무방향은 손바닥 뒤집히듯이 180도 바뀌어 버린다. 그래도 어떻게든 상부의 지시를 따르고 성공을 해야 한다. 만약 실패하면 일을 결정하고 지시한 상사들이 아니라 우리가 무능한 직원들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력이나 성과보다는 연줄이나 정치력이 중요하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회사 안에는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실세라고 할 수 있는 파벌이 공공연하게 자리잡고 있고 승진이나 인센티브 기회들이 모두 이 파벌에 줄을 선 직원들에게 돌아간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은 점심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고 서로 실세들과 점심 약속을 잡느라 매우 분주하게 움직인다. 우리 회사에서는 이처럼 일에 신경 쓰는 것 말고도 신경 써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피곤하다. 최근 능력도 뛰어나고 일도 잘하는 직원이었던 A책임은 자신은 더 이상 이 조직에서 성공할 수 없을 거라며 지난달 퇴사했다."


"우리 팀의 B팀장은 일이 뜻대로 잘 안 될 때면 직원들에게 화를 버럭내면서 욕설과 폭언을 퍼붓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은 출근해서부터 숨을 죽이고 B팀장의 기분과 감정을 살피느라 조마조마하면서 긴장하는 분위기다. 직원들이 업무에서 실수라도 하게 하면 모두가 있는 앞에서 비난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일이 많다 보니 직원들은 항상 나에게도 언제든 비슷한 일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최근 우리 팀의 C과장이 업무에서 실수를 했는데 팀장이 이를 전체 팀원들에게 다시는 같은 실수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결국, C과장은 큰 부담을 느껴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딱 우리 팀의 분위기를 가리키는 말인 것 같다. 우리 팀 분위기는 마치 학교 도서관과 비슷하다. 팀원들끼리 거의 소통도 없이 각자 일만 하고 점심을 같이 먹을 때도 일얘기만 하는 다소 삭막한 분위기다. 우리 팀장님은 팀회의 시간에도 일얘기로 시작해서 일얘기로 끝난다. 가끔 업무에 피드백을 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너무 차갑게 느껴져서 조금만 부드럽게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힘든 것은 일이 잘 안 풀릴 때 누구에게도 도움이나 지지를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렇게 각자 개인플레이를 할 거면 팀이란 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나쁜 문화를 떠난다


위의 사례들을 보시고 어떠셨나요? 어떤 회사에서는 이러한 분위기가 회사 전반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또 어떤 회사에서는 팀이나 부서별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위의 사례들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 마땅히 지켜져야 할 인간존중이나 공정성, 윤리 등의 보편적 가치가 지켜지지 않거나 무시된다는 점입니다. 톡식 컬처에서 우리는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목표 달성의 도구나 기계부품처럼 취급당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또한 목표달성이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도록 암묵적으로 강요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둘째, 분노나 좌절감, 소외감, 그리고 두려움 등의 강한 부정적 감정을 느끼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직장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기쁨이나 즐거움, 실망, 부담감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톡식 컬처라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부정적 감정을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느끼면서 버텨내야 합니다.

셋째, 회사에서 나를 통제하거나 위협하는 힘들에 대응하느라 심리적 에너지가 고갈되어서 일에 온전히 몰입하고 집중하기 어렵게 됩니다. 인간의 심리적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습니다.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요인들을 처리하는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면 새로운 생각이나 시도를 할 수 있는 여유도 찾기 어렵습니다.

넷째, 성취감이나 성장감, 관계 형성 등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톡식 컬처에서는 내가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실력대로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을 열심히 하는데도 성장하는 느낌보다는 소진된다는 느낌만 들게 됩니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도 동료들 간에 서로 격려하고 지지해 주는 분위기가 없다 보면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게 됩니다. 문제는 사람이 돈만 가지고 동기부여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취감이나 성장감, 그리고 관계형성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마음속 어딘가가 허전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선배들은 직장이란 원래 이런 곳이고 어려운 상황을 견뎌야 다음에 더 힘든 상황이 닥치더라도 이겨낼 수 있고 조직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우리를 독려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먼 미래를 바라보지 않고 가까운 미래를 바라보면서 공정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이 톡식 컬처를 경험하게 되면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요? 아마도 길게 보지 않고 빠르게 판단을 내려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떠날 것입니다.

즉,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나쁜 문화를 떠나서 좋은 문화를 찾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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