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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파울로 코엘료의 { 순례자 }

문학동네 / 파울로 코엘로 / 341page

by 신미영 sopia

<순례자>는 파울로 코엘료가 1986년 프랑스 생장에서 스페인 산타 아고에 이르는 700킬로 순례를 마친 이듬해 1987년에 쓴 작품이다. 책 제목의 순례자는 종교적인 목적으로 성지를 순례하는 사람이다. 그는 <순례자>의 프롤로그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때의 경험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한다. <순례자>는 세계적인 반열에 올린 <연금술사> 모태가 된 작품으로 평가된다. 연금술사는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170개국 81개 언어로 2억 부가 넘게 팔린 책이다.


코엘료 그는 사춘기 시절에 부모와 불화로 정신병원을 드나들었다. 그리고 청년이 되어서는 히피문화에 심취해 밴드 생활을 하기도 한다. 또 반 정부적인 만화잡지를 창간하여 군사정부에 수감되고 고문을 받기도 했다. 세월이 흐른 뒤 음반 회사의 중역으로 부유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한다. 그러나 모든 게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왔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좌절을 꺾는다. 그런 그에게 스승은 산티아고 순례를 할 것을 권하고 고민 끝에 길을 떠난다.


어떤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 길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목표에 도달하는 최선의 방법을 가르쳐 주는 건 언제나 길이다. 코엘료는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 같은 곳을 여러 번 가서 며칠 만에 넘었다. 론 세스 바에스에서 사제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순간 길을 잃게 되면 노란 표지를 찾으세요. 나무, 돌, 신호 표지판 위 어디든, 그러면 확실한 장소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의 안내자 페투르스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소박함의 길이며 누구라도 걸을 수 있는 길이고, 이런 길만이 신에게 이르는 길이라고 말해 준다.


교단 람 RAM에 속한 파울료는 람의 마스터로 승격되는 서품식을 받게 된다. 코엘료가 칼을 받으려는 순간 그의 마스터가 코엘료의 손을 밟는다. 그러면서 길 어딘가에 숨겨 둘 테니 칼을 찾아올 것을 요청한다. 코엘료는 순례의 안내자 페트루스와 함께 순례자의 길을 떠나게 된다. 안내자 페트루스는 이탈리아 디자이너로 코엘료보다 10살이 많다고 후반부쯤에 이야기한다.


페트루스는 람 교단 소속이며 코엘료보다 먼저 순례길을 간 적이 있다. 길을 걸으면서 그들은 삶에 관한 이야기와 훈련과 영적 탐험도 하게 된다. 그러나 산티아고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다. 한여름 뙤약볕, 견뎌내야 하는 단조로움, 끊임없이 코엘료를 다그치며 각성시키는 페트루스 안내자의 말을 들어야 한다. 람의 의식은 10가지 정도다. 정신을 가다듬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운다. 씨앗 훈련이 있고 잔인성 훈련, 속도 훈련, 사자 의식 훈련, 산채로 매장당하는 훈련, 푸른 천체 의식 훈련, 내면의 직관 훈련, 춤의 훈련 등이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 중에 여러 사건들이 발생한다. 귀신 들린 개와 싸우기도 하는데 처음엔 패배를 했다가 세 번째 싸움에서 승리를 한다. 그리고 개와 싸우느라 부상을 입은 채로 거대한 십자가를 세우기도 한다. 그러면서 마지막 페이지에서 검을 찾는다. 코엘료는 칼을 소유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에게 검을 주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꿈은 비범한 사람들만 꾸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꾸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꿈을 찾아가는 여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순례길을 걷는 동안 코엘료가 알고 싶어 했던 것은 검이 숨겨진 장소였다. 그러나 그는 왜 그것을 찾고 싶어 하는지, 그것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자문하지 않았다. 그를 이끄는 것은 산티아고 순례길이었고, 그 길은 자연스럽게 검 있는 장소를 보여줄 거라 믿었다. 그는 간절한 기도 끝에 드디어 검을 받았다. 그는 결코 어떤 순간에도 행하는 아주 작은 몸짓 하나라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그건 죄악이기 때문이다. 마스터에게 받은 검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순결한 물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산티아고를 향하는 길에서 코엘료가 깨닫게 된 것은 인생에 대한 진리였다. 그것은 목적지를 정하며 미련 없이 길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마음속의 열정을 깨워줄 무엇인가 실행하겠다는 결심을 내리라는 것이다. 또 천국 문의 열쇠는 열정을 쏟아 행하는 그 일속에 있고 세상에 신비는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삶의 기적을 믿으면 의지가 기적을 낳는다는 것이다.

코엘료는 자신이 자발적으로 산티아고를 간 게 아니라 그런지 순례길에 대한 언급이나 도시에 대한 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생장부터 산티아고에 이르는 동안 많은 도시 중에 열 군데 정도만 언급이 되었다. 책 제목이 <순례자>라고 하지만 그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왜 그토록 검에 집착을 했을까? 그리고 람 의식 훈련을 중간중간 넣어서 마음의 훈련을 하도록 안내했다. 순례를 위해 이런 의식이 필요했던 것인지, 아니면 마음을 다지고 싶었던 것일까?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2006년이었다. 그때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고 체험을 하지 않았던 때이다. 당시에 좀 난해하다는 생각을 하고 읽었다. 그런데 산티아고 길을 온전히 걸어 체험한 지금도 왜 이 책에 <순례자>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순례길 도시와 산티아고를 빼면 굳이 순례자가 필요 없을 것 같다. 소설적인 요소가 많다 보니 순례자의 이야기보다는 검에 대한 집착이 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에필로그에 내 앞에 펼쳐진 단조로운 풍경과, 이런 황량한 평원에 대체 어디서 솟아났는지 모를 바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내 안내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뒤를 봐도 똑같은 풍경이었다. 다른 것이라고는, 걸을 때마다 흙먼지를 날리며 찍힌 내 발자국이 남아 있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덧없을 것이었다. 밤이 내리기도 전에 바람에 다 지워져 버릴 테니까. 눈앞의 모든 건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중략
내 머릿속에는, 지루한 데다 이해할 수도 없는 순례길을 걷고 있다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쉬어갈 만한 곳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팩스도 휴대전화도 없었으므로~ 생략

코엘료도 이 책의 끝에 썼듯이 150km를 차를 타고 갔다고 했고, 산티아고 길에 대한 감흥이 별로 없었다고 본다. 그는 본인이 원해서 간 것이 아니라 스승이 갈 것을 권고하고 나서 7개월 만에 그곳에 간 거라고 했다. 코엘료가 로그로뇨 이후에 메세타 고원을 과연 걸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거기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코엘료는 소설적 요소를 가미하여 많은 부분들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의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저서 <연금술사> 덕분에 많이 알려졌다. 어째든지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관심에도 꽤 기여를 했다고 하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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