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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Sep 23. 2022

영화 리뷰 - 《 미나리 》

드라마. 미국 (2020년) / 감독 - 정이삭 / 115분

영화 미나리(Minari)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떠났던 이민 가족의 정착 과정을 담았다. 각본과 감독을 맡은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그도 이민 2세대이다. 영화 '옥자'로 알려진 '스티븐 연'이 제이콥 역을 맡았고, '한예리' 배우가 아내 '모니카' 역, '윤여정' 배우가 친정엄마 '순자' 역을 연기했다. 두 아이도 재미교포로 알려졌다.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외국어 영화 상을 수상하였고, 배우 윤여정은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 조연상을 받았다. 제이콥 가족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1세대 부부로 아칸소 주 시골 농장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부부가 두 아이와 짐을 갖고 내린 곳은 컨테이너 하우스였다. 아내 모니카(한예리)는 약속은 이게 아니었다고 실망한다. 제이콥은 아랑곳하지 않고 빅 가든을 만들 거라는 포부를 밝힌다. 모니카는 심장질환이 있는 데이비드를 체크한다. 그리고 이곳은 잠시 있다 갈 거라고 안심시킨다. 부부는 전에 캘리포니아와 시애틀에서 병아리 감별 일을 했었고 재주는 특출 났다. 제이콥은 수컷 병아리는 맛과 쓸모가 없어 폐기된다며 아들에게 쓸모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은 캘리포니아에서 아무것도 없이 고생하며 생활하다가 이곳에 온 것이다. 제이콥은 땅을 일구며 모니카도 감별사로 일할 수 있고 더구나 빅 가든을 만들 꿈에 부풀어 있다. 모니카는 아들의 천식 때문에 병원이 한 시간 걸리는 이곳 생활이 불안해 도시에 살기를 원한다. 어느 날 비가 오고 태풍이 불자 집안에 물이 새서 공포감을 갖는다. 다행히 토네이더는 비껴갔지만 불안해진 부부는 큰소리를 내며 다투게 된다. 불안해진 아이들은 종이비행기에 글씨를 써서 띄워 보낸다. 뼈 빠지게 일해도 남은 게 없어 새로 시작하는 거라 말하지만 모니카는 가망이 없을 거라 한다. 데이비드는 오줌을 싸고 팬티는 침대 밑에 숨겼다. 어젯밤 부부가 대판 싸웠지만 아이들에게는 태연하다. 이사 갈 거냐는 물음에 외할머니가 오시기로 했다고 한다. 가구도 재배치하고 물도 파본다. 필요한 것들은 돈 주고 사지 말고 땅에서 얻는 게 머리를 쓰는 거라고 한다. 결국 제이콥은 탐지꾼에게 맡기지 않고 물 나오는 곳을 스스로 발견한다.

데이비드와 아빠 제이콥

제이콥은 남들이 사기를 꺼려하는 농장을 샀다. 폴은 믿음이 지나친 신자로 제이콥을 많이 도와주고 기도를 해 준다. 제이콥은 투자를 한다며 농기구까지 샀다. 아내는 가든이 아니라 농장이라 불평 하지만 남편은 3년 후에는 부화장에 안 가도 될 거라 했다. 그러나 아내는 데이비드 병원비 쓸 돈을 남겨 두라고 한다. 제이콥은 장모님이 올 거라 그런지 모니카가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 나무에 그네도 만들어 태워 준다. 이때도 가족이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제이콥은 트랙터로 땅을 일구면서 한국 이민자가 매년 3만 명씩 오기 때문에 채소를 심기로 한다. 모니카는 전쟁 때 형제자매가 죽었고 자식이 자신뿐이라고 했다. 데이비드는 할머니가 오시면 아빠 엄마가 싸울까 봐 싫다. 할머니가 오시자 앤 딸은 씩씩하게 인사했지만 데이비드는 엄마 뒤에 숨고 인사를 안 한다. 친정엄마는 고춧가루 멸치 등을 가져왔다. 모니카는 감동하여 눈물까지 흘린다. 거기다 돈봉투까지 딸에게 건넨다. 인사하는 데이비드에게 화투를 주지만 딸이 만류한다. 삶은 밤을 할머니 입으로 깨물어 주자 손주는 싫다고 안 먹는다.


제이콥은 땅을 일군 곳에 비닐을 깔고 농사 지을 준비와 지하수도 팠다. 할머니는 한약을 달여서 손자에게 먹이려 하지만 거부해 억지로 먹인다. 데이비드는 할머니가 냄새나고 싫다. 같은 방을 쓰는 데 코 고는 할머니가 못마땅하다. 이튿날 앤은 파스타를 만드는 데 손자는 할머니께 요리를 잘하느냐고 묻자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할머니는 화투를 잘 치고 지랄이나 웬 병 같은 욕지거리를 한다. 모니카는 이민자가 15가구인데 교회가 없는 게 아쉽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을 벗어나고 싶기 때문에 필요성을 못 느낀다. 아이들과 사는 주변을 돌아본다. 뱀이 나온다는 경계선을 넘어 할머니는 물이 있는 이곳에 가져온 미나리 씨를 심으면 잘 자랄 거라 했다. 저녁에 데이비드에게 아까 떠온 물을 가져오라고 했다. 영화 장면중 이때가 가장 행복하고 평온한 모습이었다. 노래가 흐른다. 한국 노래 라나 에 로스포 <사랑해>이다. 결혼식 때 딸 부부부가 꿀물 뚝뚝 흘리며 부른 노래라고 손주들에게 자랑삼아 얘기했다. 작은 티브 위로 한국 신랑 신부 인형이 보인다. 모니카는 아들에게 병이 낫게 해 달라고 기도하자고 했다.

딸 앤과 데이비드

가족은 아이들을 위해 미국 교회를 가기로 다. 데이비드는 자다가 화장실이라 오줌을 싸고 나면 침대라고 했다. 할머니는 페니스 브로큰이라고 놀렸다. 가족은 교회에 갔고 인사를 나누었다. 음식도 먹으며 대화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불편한 모니카는 교회를 가지 말자고 한다. 폴은 예수님처럼 십자가를 지고 걷고 있다. 데이비드는 할머니가 티브를 보는 동안 마시라고 짜 논 한약을 세면대에 버린다. 게다가 자신의 오줌을 할머니께 물이라고 드리는 장난을 친다. 할머니가 기겁하고 데이비드는 도망쳤다. 그날 저녁 부모에게 손드는 벌을 섰다. 데이비드는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아빠가 회초리를 갖고 오라고 했지만 넘어지는 척 회초리를 부러트린다. 밖에 나가서 찾은 회초리는 마르고 가는 풀잎 회초리였다.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처럼 요리를 잘하지 못하셨지만 손주들을 사랑하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은 최고였다.


"아이고, 똑똑한 놈 잘했다, 네가 이겼어, 이겼다!"


제이콥 밭이 건조해 메말라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이 없어 땅이 이대로 마르면 농사는 헛고생이 될 것이다. 제이콥은 너무 열심히 일해서 팔이 안 올라가 옷도 못 벗고 머리도 아내가 감겨 준다. 힘들지만 밖에서 일하니 살맛 난다고 했지만 가장으로써의 책임을 갖고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모니카는 돈이 너무 많이 나간다고 심각하다고 했다. 그러나 제이콥은 괜찮을 거라고 다 자신이 책임질 거라고 한다. 모니카가 제이콥의 머리에 물을 뿌린다. 제이콥은 가장의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이때 울었다. 한밤중에 수돗물을 끌어다 쓴 농사가 그런대로 잘돼서 달라스로 물건을 보내기로 한다. 주말까지 보내기로 했으나 갑자기 납품이 취소됐다. 제이콥은 절망했다. 모니카는 여전히 감별이 빠르다. 집에 수도 물은 끊겼고 교회 소풍을 가기 위해 서랍장을 열다 데이비드가 다리를 다친다. 할머니는 데이비드에게 스트롱 보이라 말해준다. 이일을 계기로 할머니와 손자는 친해지고 미나리 밭에도 갔다.

할머니 순자
"미나리가 잘 자라네. 미나리가 얼마나 좋은 건데, 잡초처럼 아무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다 뽑아 먹고 건강해질 수 있어. 미나리는 김치에도 넣어 먹고 찌개에도 넣어 먹고 국에도 넣어 먹고 미나리는 아플 때는 약도 되고 원더풀 원더풀이란다."


데이비드가 뱀을 발견해 쫓아 버리려고 하자 할머니는 그대로 두라고 한다. 보이는 게 안 보이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면서 도망가서 숨으면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끌어다 쓰던 수돗물이 아침부터 나오지 않아 확인차 제이콥이 갔으나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할 판이다. 심장 때문에 마음이 약해진 데이비드에게 할머니는 기도 대신 원더풀 미나리 노래를 불러준다. 그러다 할머니가 잠을 자다가 오줌을 싸고 말도 어눌해지고 행동까지 이상하다. 교회 가서 엄마한테 전화해 할머니는 병원에 데려간다. 여전히 십자가를 지고 가는 폴이 보인다. 물은 안 나와 미나리 밭에 가서 길어 오기로 한다. 할머니는 병원에 입원했다. 데이비드는 친구네 집에서 잔다. 제이콥은 불안해 연신 담배를 피웠다. 물은 나오지만 흙탕물이다. 할머니는 뇌졸중으로 퇴원했고 정신이나 행동이 어눌하다. 모니카는 딸에게 할머니 때문에 캘리포니아로 돌아갈 거라 했다. 폴을 식사에 초대했고 마귀를 쫓아 버리는 예식과 기도를 했고 모니카는 홀가분해졌다. 그러나 제이콥은 기도 하겠다는 폴의 말을 거부하면서 아내에게 대체 무슨 말을 했느냐고 따졌다. 데이비드는 자기 전 기도를 잊지 않았다. 순자는 어느 정도 회복되고 딸은 돈봉투를 가져가며 고맙다고 했다.


가족은 낡은 차를 타고 병원에 왔다. 데이비드 심장을 검사했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부부는 이야기를 나눈다. 제이콥은 한국서 살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민을 왔고 서로를 구해 주자고 했던 걸 떠올렸다. 구해주는커녕 힘들어 많이 다퉈서 데이비드가 저렇게 된 것은 아닌 지 자책했다. 모니카는 제이콥과 같이 가자고 하지만 이곳에 남길 원했다. 캘리포니아에 가서 둘이 일하면 빛도 다 갚고 살거라 했으나 제이콥은 죽을 때까지 감별만 하게 될 거라고 했다. 함께 있는 게 중요하다고 했지만 하고 싶은걸 끝내고 싶다며 모니카에게 가라고 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데이비드의 심장이 좋아졌다. 할머니는 한 손으로 집안일을 거둔다. 제이콥은 마트에 납품을 하기로 계약했다. 모니카는 농장을 선택한 남편이 미웠고 이젠 지치고 힘들어 더 이상 못하겠다고 한다. 제이콥은 난감했다. 그 시간 집에서는 할머니가 쓰레기를 태우다 불길이 창고 쪽으로 옮겨 붙었다. 도착한 제이콥이 상자에 가득 담긴 물건들을 꺼내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창고는 완전히 전소됐고 간신히 살아났다. 정신이 반쯤 나간 할머니가 길을 걷고 아이들은 집으로 가자고 손을 내밀었다. 이젠 데이비드는 뛰어도 괜찮아졌다. 가족이 거실에 누워 자는 모습을 할머니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거실에 잠든 가족
제이콥이 미나리를 뜯는 장면

다시 수맥을 찾기 시작하고 가족은 그곳에 머물게 된다. 물을 뜨러 간 곳에 미나리가 많다. 제이콥은 알아서 잘 자라는 미나리가 고맙다. 아들에게 할머니가 좋은 자리를 찾으셨다고 했다. 미나리를 뜯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미나리는 윤여정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조연상을 계기로 유명해졌다. 이민자들은 미나리처럼 아무데서나 잘 뿌리내리고 싶은 바람들이 간절했을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 순자는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 씨앗을 가져다 물가 습기 촉촉한 곳에 자라게 하였다. 미나리는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있고 향이 좋으며 무침이나 데친 나물로도 제격이다. 그리고 물김치를 담을 때 조금 넣게 되면 향이 좋으며 한결 물김치 맛을 살리게 된다. 명절이나 제사상 전을 부칠 때 미나리를 꼭 넣는다. 그만큼 향도 좋고 맛이 좋은 미나리다. 가장 한국적인 미나리를 소재로 이민자들을 대변하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80년대는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떠났던 한국 사람들이 많았다. 말도 다르고 피부도 다른 외국에서 정착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민자들의 아픔을 들여다본 영화였고 일부분이지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정이삭 감독은 이민 2세대로 아버지가 실제로 병아리 감별 일을 했다고 한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고 갔지만 말도 통하지 않고 피부색도 달라서 고초가 많았을 것이다. 한국에서 살기가 힘들어 갔던 그곳에 생각지 못한 어려움으로 인해 절망하고 힘들었을 이민 1세대,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땅은 넓었지만 그곳에 정착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분적으로나마 그들의 아픔을 엿볼 수 있었고 다양한 시상을 통해 한국 이민 1세대에 대한 조명을 새롭게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도 옮겨 심으면 자리를 잡는 데 몸살을 앓고 고생을 한다. 하물며 가족이 다른 나라에 가서 뿌리를 내리는 것은 큰 모험이고 아픔이다. 친정 고모님이 80년대 중반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후에는 자녀들도 모두 갔다. 한국을 그리워했으나 돌아오지 못하고 미국에서 고모부 내외는 돌아가셨다. 그리고 오빠네가 조카들 교육을 위해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가 8년 전에 돌아왔다. 한국에서 하던 사업을 두고 갔기 때문에 돌아올 수 있었다. 조카들도 한국서 결혼하고 생활한다. 이민은 쉽지 않다. 정착하기까지의 고생과 노고를 생각한다면 한국서 그만큼 노력하면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브런치에도 캐나다, 호주, 영국, 인도 등에서 자리 잡고 생활하는 작가님들이 계신다. 어느 나라에 살던지 고향의 그리움은 잊지 못할 것이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되시길 기원해 본다.


https://youtu.be/gVkm9 jBz3 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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