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30년을 넘게 명절을 지낼 때는 아무렇지도 않던 손목이 제사 음식을 하지 않고 간단한 먹거리를 했는데 탈이 났다. 주부들에게 흔한《손목 터널 증후군》이 의심 됐다. 작년부터는 명절에 집에서 음식은 물론 제사도 지내지 않는다. 대신 2주 전에 간단한 음식을 해가서 산소에서 추모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리고 식당에서 식사를 함께 하며 서로의 근황을 묻고 이야기도 나눈다. 올해도 2주 전에 만나서 산소에 다녀왔다. 그리고 추석 전날엔 두 딸의 가족과 아들이 모여 식사를 하기로 했다. 소고기를 구워 먹는다고 해서 크게 음식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배추김치도 둘째 딸이 추천해 주어서 쿠*에서 샀다. 아무리 자주 오는 자식들이라고 해도 함께 모여 식사를 하려면 집안 청소를 해야 해서 베란다까지 다 손을 보게 된다. 이럴 때 마음먹고 집안 정리를 해 두면 좋다. 추석 나흘 전에 사 온 엿기름을 물을 부어 담갔다가 야무지게 짰다. 남편이 그날 집에 있어 부탁을 했으나 반응이 시큰둥해서 서운했다. 다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짜 주기라도 하면 수월할 텐데 안 해주니 속상했다. 전에는 무조건 내가 알아서 했는데 요즘은 해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날은 남편도 쉬고 싶었는지 선뜻 도와준다는 얘기를 하지 않아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언짢았다. 알아서 해준다고는 못할망정 부탁을 했는데도 도와줄 생각은 안 하는 남편이 살짝 얄미웠다.
식혜
엿기름을 짜고 가라앉혀서 좀 전에 해 놓은 밥솥에 부었다. 나머지 엿기름도 짜서 담아 놓고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TV를 보고 있는 남편에게 마늘을 까 달라고 부탁했다. 난 "좀 알아서 해주면 좋을 텐데 꼭 얘기를 해야 아느냐"며 투덜거렸다. 돼지갈비에 양념을 하려고 양파와 배를 깎았다. 갈비가 6,4kg이라 10근이 좀 넘는다. 큰 배 3개를 반으로 갈라서 강판에 갈았다. 배가 달고 물도 많았다. 6개의 양파도 강판에 갈아서 사용할 까 하다가 맵기도 하고 손목도 아파 믹서기에 넣고 갈았다. 그래서 망에 거르고 보자기에 짜서 육수를 만들어 놓고 거기다 간장과 설탕, 후추, 마늘, 생강, 참기름을 넣어 양념장을 만들었다. 남편이 손질해 둔 돼지갈비에 양념장을 넣고 버무렸다. 양파와 배가 여러 개 들어가 양념장도 넉넉하고 맛도 좋았다. 거기다가 마지막으로 마른 월계수 잎을 넣었다. 갈비에 배여 더 좋은 맛을 내줄 것이다. 주말에도 장을 보거나 집안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번엔 소고기가 주메뉴니까 절대 다른 걸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두 딸의 성화에 돼지갈비, 잡채, 식혜에 기본 반찬만 하기로 했다. 월요일 오전엔 잡채에 들어갈(양파, 당근, 돼지고기, 느타리버섯, 시금치)야채를 다듬어 볶아 놓았다.
가족들과 저녁식사
시금치는 한단에 만원인데 좀 시든 것을 6,000원씩 두 단을 샀다. 길이도 짧고 연해서 한단을 넣으면 부족할 것같아서다. 그리고 꽈리고추에멸치를 넣어 볶은 밑반찬을 만들었다. 가지가 저렴하고 싱싱해서 썰어 소금에 절였다가 양념을 해서 볶아 놓았다. 손주 둘은 최대한 빨리 갈 수 있는 시간에 오고 싶다고 전화해서 남편이 데려 왔다. 5시가 되어 다들 모이고 좀 늦게 올 수 있다는 아들과 때를 맞추려 6시에 식사를 하기로 했다. 새송이 버섯을 썰고 반찬을 놓았다. 1킬로씩 포장된 소고기를 개봉했다. 냉동된 고기가 아니고 생고기를 진공 포장해서 아이스 박스에 배달되었다. 잘게 썬 양파를 소스를 뿌려서 놓고 참기름에 소금을 넣어 기름장을 만들었다. 전부터 명절에는 선물로 들어온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 이번엔 소고기를 두 딸이 구입했다. 생고기를 진공 포장해서 그런지 아주 연하니 맛있다. 다들 "역시 고기가 신선하게 좋으니 살살 녹네" 하면서 기름장에 그리고 양파 소스에 잘도 먹는다. 전 같으면전 부치고 제사 음식을 하느라 시간을 보냈을 텐데이제는 필요한 것들만 이렇게 하니 간편하니 좋다. 술은 와인으로 했다. 이*트에 가면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은 도스 코파스가 있어서 여럿이 먹는 식사에는 제격이다.
이마트 국민 와인 도스 코파스
와인을 선호하지 않는 아들만 소주와 맥주를 먹고 나머지는 모두 와인 잔을 부딪치며 이야기도 나누고 연신 "하하~ 호호"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들의 여자 친구 이야기, 직장 이야기, 사위 가게 이야기, 중국 다녀온 이야기 등 대화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둘째 딸은 안 마시던술을 마셔서인지 나중엔 술이 챈 듯했다.큰 딸은 연신 나오는 설거지들을 가져다 씻어 놓곤 했다. 그런데 내손목이 부은 듯해서만져보니 많이 아프다.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아프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전에 아무리 제사 음식을 하고 일을 많이 해도 별 탈이없던 "손목이 왜 이럴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딸들에게손목이 아프다고 하니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남편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그런지 별 반응이 없다. 12시가 돼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잠깐 쉰다고 방으로 들어와 누웠다. 손목이 붓고 열도 나는 듯했다.집에 있는 염증약을 먹었다. 누워 있는 사이 아들과 큰 딸이 설거지를 모두 해 놓았다. 늦었지만 식혜와 잡채 그리고 필요한 것들을 싸서 세 아이들에게 주었다. 두 손주는 이곳에서자겠다고 한 달전부터 작정했다. 모두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뒤 씻고서 손목에 파스를 바르고 잠이 들었다. 손목이 많이 부어서 걱정이다. 병원에는 생각만 하고 아직 가보질 않았다. 그래서 익히 많이 들었던 <손목터널 증후군>을 검색해 찾아보았다.
손목 터널 증후군 예방과 치료
손목 터널 증후군은 손목 부위에 있는 작은 통로인 손목 터널이 내부 압력으로 압박을 받아 정중 신경이 눌리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한다. 반복적인 가사 노동이나 컴퓨터 작업, 스마트 폰의 장기간 사용 등으로 많은 분들이 이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주로 손과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에서 발생하며 현대인의 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주로 여성에게 발병하며 손을 많이 사용하는 주부, 미용사, 피부 관리사, 직장인 등 40대~50대에게 가장 많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손가락 저림 및 감각 이상과 통증, 근력 악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발병 원인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 반복적인 손목 관절의 사용이다. 그리고 부상이나 류머티즘 관절염과 유전적 요인을 들 수 있다. 증상 완화를 하기 위해서 간단한 스트레칭, 온찜질 방법, 손목 보호대 사용을 권한다. 그러나 압박 붕대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한다. 손목터털 증후군의 초기 증상이 경미하다고 하여 방치하면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휴식을 취하면 증세가 나아지지만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야간통이 생기기도 한다. 내 몸의 상태를 잘 확인하고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손목은 자주 그리고 오래 사용해야 하니 잘 치료하고 조심해서 사용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