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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채맘 Oct 11. 2024

아들의 입사와 엄마의 퇴사

엇갈린 시간 속에서


얼마 전, 나의 아들이 첫 직장에 입사했다.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졸업하자마자 첫 직장에 성공적으로 입사한 아들이 대견하기 그지없다. 그를 보며 나도 내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나의 퇴사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 아들의 입사 소식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30년 넘게 한 직장에서 일해 온 내가 이제 은퇴를 준비하면서, 또 다른 삶을 향한 꿈을 꾸기 시작한 지금, 아들의 입사와 나의 퇴사는 묘하게 교차되고 있다.


아들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반면, 나는 그토록 오랜 시간을 보낸 직장에서 이제야 발을 빼려 한다. 이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지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 둘은 각자의 인생의 궤적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걷는 중이다. 나는 30여 년 전 아들처럼 새로움을 기대하며 사회에 첫 발을 디뎠고, 아들은 이제 그 길을 따라가며 새로운 도전과 마주하게 된다.




1. 아들의 첫 발걸음


"엄마, 나 회사에 빨리 출근하고 싶어요. 얼른 일을 배워서 새로운 도전과 성장을 하고 싶어요" 아들이 최종 합격자 발표 후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이렇게 말했을 때, 내 마음은 뭉클했다. 마치 내가 처음 직장에 들어갔을 때 느꼈던 설렘과 기대가 떠오르는 듯했다. 아들도 지금 내리막길이 아닌 오르막길의 시작점에 서 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매일매일이 흥미진진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길에는 나도 겪었던 두려움과 불안감도 함께할 것이다.


20대의 나도 그랬다. 세상은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무대처럼 느껴졌고, 나는 그 무대 위에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들이 곳곳에 있었고, 직장 생활은 단순히 열심히 일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동료들과의 관계, 회사 내의 미묘한 정치, 상사와의 갈등 등이 나를 힘들게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겪으며 나는 직장 생활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이제 아들도 그런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사회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며, 나와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도전과 시험을 마주할 것이다. 나는 어머니로서 그가 그 모든 것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지켜봐 줄 것이고, 필요할 때마다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스스로 이 길을 걸어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아들이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직장 생활을 살아내고, 그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또 다른 기쁨이다.


2. 엄마의 퇴사, 새로운 도전의 시작


내가 걷고 있는 길은 아들과는 정반대의 길이다. 나는 직장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또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나의 퇴사는 더 이상 회사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이제 나 자신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며 안정된 삶을 살아왔지만, 그 안에는 많은 희생이 필요했다. 가족과의 시간,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은 언제나 후순위였다.


그러나 이제는 나를 위한 삶을 꿈꾸고 있다. 은퇴는 단순히 직장 생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은퇴까지 7년이 남았지만, 나는 이미 퇴사 이후의 계획들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퇴직금을 모으고, 연금 준비를 하며 현실적인 걱정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은퇴 이후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설렘이다.


내가 직장에서 보내온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30년간 직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인간관계, 그 안에서 얻은 교훈들은 앞으로의 나의 삶에도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 단순히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나의 목표다.


3. 아이러니 속의 공통점


아들의 입사와 나의 퇴사는 표면적으로는 완전히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속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는 둘 다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아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하고, 나는 퇴사 이후 나만의 자리를 찾으려 한다. 둘 다 안정된 길보다는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30년 전에 그랬듯이, 아들도 그만의 방식으로 직장에서 자리 잡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직장을 떠나 또 다른 세상에서 나의 자리, 나의 의미를 찾아갈 것이다.


4. 더 넓은 세상을 향한 기대와 불안


나는 아직 퇴사하지 않았지만, 퇴사를 준비하며 느끼는 감정은 복잡하다. 안정된 직장을 떠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더 넓은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기대감도 크다. 퇴사 이후에는 여행도 하고, 책도 마음껏 읽고, 인문학을 배우며,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나는 내 자신을 위한 도전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아들도 지금 이 순간에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첫 직장에서 겪을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그 감정, 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들이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기대하며 지켜볼 것이다.


5. 인생의 새로운 장을 향해


아들과 나는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결국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의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과 성장의 연속이다. 아들의 직장 생활은 이제 시작되었고, 나는 퇴사 이후의 삶을 준비하며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둘 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아들은 젊음의 에너지로 사회에 나가 자신의 꿈을 펼칠 것이고, 나는 30년의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함께하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응원하며, 인생의 새로운 장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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