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기 위한 치유여행을 시작하다
직장 생활 32년, 퇴직을 준비하는 중년이라는 시간은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과 속에서 안정된 듯 보이는 일상이었지만, 미래를 생각할수록 무언가 빠져나가는 듯한 공허함과 막막함이 마음을 채워갔다. '퇴직 이후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질문이 깊숙이 스며들었고, 그때부터 나도 모르게 모든 것이 버겁고 두려워졌다.
중년이 되었음을 인식한 이후부터 나를 찾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지친 마음을 달래고자 독서 모임에도 참여했고, 책을 읽고 쓰는 삶을 통해 마음을 비우고 채우기를 반복했다. 작년에는 뜻깊게도 공동저서를 출간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알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히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을 마주했지만, 그 과정에서 온전히 채울 수 없는 듯한 허전함이 남아 있었다. 그렇게 나는 그동안 애써 쌓아 온 나만의 치유 방법들에조차 점차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때 우연히 아는 교수님이 '세도나 여행'을 함께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미국 서부에 자리한 이 작은 도시가 지구상에서 강력한 치유의 에너지로 가득하다는 이야기를 접하자마자 마음속에 한 줄기 빛이 들어왔다. 문득 강한 끌림이 느껴졌다. '그래, 세도나로 떠나자' 어느 순간 내 마음에 단단히 자리 잡은 이 결심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익숙한 일상과 고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낯선 땅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낯선 일행들과 함께하는 세도나 여행에 무작정 신청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 속에서, 머나 먼 이국땅에서 온전히 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내 생애 처음으로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들과의 여행을 결심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32년 동안 묵묵히 일만 해온 내가, 이 낯선 땅에서 나를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11시간의 장거리 비행을 한 후 미국의 LA 공항에 도착했을 때 느껴진 감정은 오묘했다. 눈부신 아침 햇살을 맞으며 차를 타고 드넓은 미국 대륙을 달려가는 공간 속에서 느껴지는 낯선 두근거림,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기대와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의 약간의 불편함.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나 자신과의 진정한 만남에 대한 설렘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여행이 단순한 관광을 넘어,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잃어버렸던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여정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치유 여행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