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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세대 이해하기

역지사지하면 그들이 보인다.

by culturing me

"이러다 화병으로 쓰러지겠어!"

"아우 저는 오늘도 한판 뒤집고 왔어요!"

" 난 오늘 회사를 딱 접고 싶더라고..."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 불리는 명품 브랜드 회사 지사장과 대표들이 모였다. 빛 좋은 개살구라 불리는 이유는 남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요 겉으로는 우아하고 화려하기만 하지만 그 속에 감춰진 현실은 또 다른 측면이 많다는 말이다. 당연히 오고 가야 할 트렌드, 패션, 디자인에 대한 대화는 온데간데없고 다른 이슈들이 나타났는데, 기존의 인사 매뉴얼과 개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 90년대 생 젊은 직원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의 아래 세대와의 경험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을 보면 나도 어느새 꼰대가 된 듯하다. 밀레니엄 세대들에 대해 말하자면 그들의 특이한 성향과 행태는 많은 이들의 연구과제가 되었을 정도이다. 그들을 대하는 바람직한 접근 방법에 대한 여러 연구결과들도 있지만,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관심과 관찰의 관점에 따라 그들의 태도로 인해서 목덜미를 잡기도 하고 또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다.


40대 중년의 여자들이 아직도 사회활동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의지와 끈기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성실과 부지런함으로 일구고, 위 상사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속으로 삭히고 인내해 왔기에 아래 세대의 직원들에게도 그와 비슷한 사회생활을 요구한다. 하지만 천지가 개벽한 듯, 대다 수의 밀레니얼들의 가치 기준의 중심에는 '함께'가 아닌 '독립'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독립이란 성숙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홀로서기를 하는 독립이 아닌 아예 인간관계에는 관심이 없는 독립이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고 그런 행위가 경제적 수단으로까지 이어지다 보니 사람을 만나서 관계를 하고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은 시간 낭비이자 돈 낭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스턴트 세대가 되어 직업조차도 잠시 거쳐가는 아르바이트 직을 선호하고 궁극적으로는 '1인 기업'을 세우려고 한다.


세상은 변해간다. 그런데 기성세대는 자신의 기준과 경험에 빗대어 그들에게 자꾸 '이렇게 저렇게' 요구하고 가르치려 한다. 누가 잘못된 것일까? 이 둘 사이의 간격이 존재하는 것을 인정한다면 누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더 현명한 길일까라는 생각을 해보니 내가 바뀌는 게 가장 빨리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세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관찰해 보면 이해 안 될 일들이 참 많다.


'저렇게 살면 안 되는데' 싶은 순간도 참 많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 그들만의 리그가 있고 그게 그들이 만들어갈 세상의 법칙일 수도 있다. 그들의 상황에 관심을 갖고 보면 이해가 된다. '치열함'이 그들이 처음 접한 세상의 패턴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낭만이 뭐예요?"라는 생뚱맞은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낭만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교육용 비디오로 치열함을 배웠으니 대학 졸업장 얻고 사회에 발을 내딛는 순간 이미 그들은 지칠 대로 지쳐있다. 인생을 다 살아본 80세 노인들도 그들보다 공격적이진 않을 것이다. 20대의 '꽃다운 젊음'이 재산이라던 시대는 더 이상 아닌 듯하다. 그들의 내면은 자기도 이유 모를 분노로 가득 차 있으니 가엽디 가엽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든단다. 짜증이 많단다. 꿈을 꿔도 이뤄질 확률이 낮고 희망을 가져봐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은 점점 좁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의 눈에는 끝없이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세상인데, 기성세대가 그들에게 매너 없음과 불성실함을 탓할 상황은 아닌 듯하다. 살아도 살아도 답이 없는 계층화와 부익부 빈익빈의 현실은 뒤로 한 채 그들의 자세를 바꾸려고 한다면 그 순간 일은 더 꼬일 것이다. 20대들과 일하며 어이없고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여러 번 겪다가 그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았다.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그땐 행동만 보여 화가 부글부글 끓더니 관찰이 아닌 관심을 갖고 돌아서 보니 그들의 마음이 느껴져 기성세대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사회를 물려주게 된 것이 미안해서 할 말이 없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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