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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삼켜버린 옷

본질 없는 껍데기는 가라

by culturing me

유난히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패션 피플들에 둘러싸인 환경에 있다 보니 눈에 띄는 멋쟁이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멋쟁이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멋쟁이' - 참 멋진 말이다. '쟁이'라는 말은 전문가라는 뜻이다. 자신을 잘 알고 얼굴형, 체형에 맞는 색상과 디자인을 선별해 그에 맞는 옷을 잘 매치해 입었을 때 " 참 멋지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는 자신의 개성을 잘 파악하고 본질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브랜드와 디자인이 넘쳐나고 '점점 화려하게' 그리고 '더더 새롭게'를 추구하는 추세이다 보니 옷이 사람을 능가함은 물론 옷에 의해서 그 옷을 입은 사람의 개성까지도 잠식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얼마 전 모 패션 브랜드의 패션쇼에 참석하게 되었다. 입구에서부터 과하리만큼 화려함과 디테일에 신경을 썼음은 물론이고 원단을 만드는 과정도 과히 예술작품이다. 설명을 듣다 보니 저 원단으로 만든 옷을 '모시고' 입어야 하는 인간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값비싼 브랜드는 옷값을 높게 책정하여야 한다. 원단부터 고급스럽게 만들고 디테일한 장식을 달고 휼룡한 디자이너를 고용했기에 옷 값은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고가로 매겨진다. 그러하다면 그런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자기의 개성은 숨겨 버린 채 더욱 옷을 빛내기 위해 과한 메이크업과 과한 보석으로 치장을 한다. 그곳엔 그 사람만의 독특한 개성은 보이지 않는다.


패션을 사랑하다 어느새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 이 되어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진정한 '멋쟁이'는 옷의 브랜드나 고가의 옷에 가치를 두지 않는다. 패션 감각이란 자기의 모습을 잘 파악하고 그에 어울리는 색깔과 디자인의 옷을 조화롭게 매치해 입을 수 있는 능력이다. 명품에 매료된다는 것은 자신이 명품이고 싶은 강렬한 마음에서 시작이 된 것이다. 명품으로 아무리 치장을 한들 그 사람의 됨됨이가 가려지지는 않는다. 진정 뼈아픈 숙고의 시간을 거쳐 '명품 인격'이 형성된다면 그깟 물질에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신동엽의 시 "껍데기는 가라"가 떠올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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