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가 데려다준 곳

생에서 가장 먼길은 자신에게로 가는 길.

by culturing me

해 잘 드는 창가에 두었더니 화분 속 라벤더 가지가 웃자라 서로 엉키면서 모양을 잃고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외출을 삼가고 집에 있으니 평소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에게도 관심이 간다. 라벤더를 가다듬다 보니 조금만 더 일찍 가지치기를 했더라면 연초록의 새순이 더 예쁘게 모양을 냈었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가지를 자를 때마다 풀폴 올라오는 라벤더 향기가 안정감을 준다.


라벤더를 손질하는 사소한 일상이 나에게 일러준다. 사소한 게 사소하지 않을 수 있음을. 엉킨 라벤더 가지를 보며 잠시 내 삶을 돌아보았다. 여러 개의 라벤더 줄기 하나하나가 잘 자라고는 있었지만 서로 엉켜서 전체적으로는 볼품없는 모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내 삶에도 그런 모습이 있지는 않을까? 우리 각자도 나 하나는 잘 살고 있지만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이 만나서는 부딪히기도 하고 엉키기도 한다. 적당한 때에 자신을 돌아볼 시기를 놓쳤을 수도 있고, 나 자신이 보이지 않아 앞만 보고 갔었을 수도 있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서 어느덧 엉뚱한 지점에 와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무성하긴 하지만 질서 없이 자란 라벤더와 나 자신이 닮은 모습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라벤더처럼 자신만의 고유한 향기가 있어 아름답다.


다만 어느 곳을 가위로 잘라내고 어떤 모양으로 다듬어 가야 할지는 주변 사람들이 건네주는 조언을 거울삼을 때 가능할 것 같다. 자신의 단점을 받아들이고 곱씹어 본다면 라벤더 화분에 바람과 볕이 잘 통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또 타인과의 관계에 여유가 생길 것 같다. 타인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면 뒤엉킨 라벤더처럼 자신의 내면이 엉켜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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