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여행법
새로운 곳을 다니며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거나 그곳의 문화에 잠시나마 빠져보는 경험을 즐기는 여행 마니아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 제한된 상황이 여간 답답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부류 중의 하나인 나로서도 날지 못하는 새 키위가 된 것 같아 답답했지만 어느덧 '일상 속 여행'을 즐기는 습관을 터득하게 되었다. 비행기나 기차 등을 타고 장소를 이동하지 않고도 매일, 하루 종일 내 방식대로 여행을 하고 있다. 심지어 전 세계를 돌기도 하고, 우주를 유영하기도 한다. 모든 게 내 머릿속과 마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 불가능한 행선지는 없다.
오늘은 버튼을 잘못 누르는 실수 덕분에 딸의 Playlist속에서 여행 중이다. 진종일 딸의 감성을 타고 함께 여행을 하는 맛이 꽤 감칠맛난다. 음악은 그 사람의 감성과 가장 밀착되어 있는 코드이다. 그래서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성향, 감성, 심리상태, 무드를 가늠할 수 있고 상대를 풍성하게 또는 세세하고 촘촘하게 느낄 수 있다.
딸의 Playlist를 듣다 보니 1980-2020 년대 팝, 클래식, 가요, 재즈 등 꽤 넓은 시공의 음악을 즐기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의 10-20대 음악들도 섞여 있었다. 그 덕분에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추억들이 돌아오기도 했다. 열아홉인 딸과 자주 깊은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했었는데 음악 취향을 따라가다 보니 내가 모르는 아이의 감성을 만나게 되었다. 즐거운 경험이다.
딸의 Playlist를 여행하다 보니 대화를 통해서는 이해하지 못했던 아이의 은밀한 내면을 나도 모르게 매만지고 있었다. 설거지를 할 때도, 식자재를 다듬으면서도 음악을 통해 딸의 마음을 여행하고 있었다.걷고 풍경을 보며 다니는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여행이 있다면, 귀로 들으며 정처 없이 두서없이 내 맘대로 흘러 다니며 느끼는 '마음의 여행'도 있다. 하지만 이 여행은 사진을 찍었다가 훗날 다시 꺼내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순간의 기억은 눈보라처럼 뿌려졌다가 사라져 버리니 말이다. 그래서 오늘의 여행을 글로 남겨본다.
딸의 음악을 듣기 전에는 가능하지 않았을 마음의 대화가 오늘은 가능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나만의 착각은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