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쓰기
빈부격차
썰렁한 데스크에 앉아
흑백영화의 노동자처럼 생각 없이
타자를 뚜드리다 가끔 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은 우울로 변질해버린다.
돈이 모이는 곳에는 부유한 이가 가득하고
젖도 안 뗀 아이는 지독한 돈 냄새가 난다.
돈을 벌러 부촌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나는 결국 돈이 아닌 슬픔으로 값을 받는다.
줄 삯이 없다니
이렇게 받을 수밖에 그럴 수밖에
받을 몫이 없으니
이렇게 수긍할 수밖에 그럴 수밖에
저 뒤 목에는 황금 산이 그득하고
휘황찬란한 불빛이 나를 비추고 있는데
놀부의 아내들이 주걱을 쳐들고 경계를 하니
나는 결국 부촌의 길목을 서성이다가
슬픔 한 삯을 받아 흑이 되어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