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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두시 Nov 16. 2022

어린 연주자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

아이는 토요일 오전 일찍 학교에 간다. 기타 레슨을 받기 위해서다. 9월부터 비영리로 운영되는 주니어 음악학교에 등록했는데 개인 레슨, 앙상블 연주, 합창, 음악 이론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오케스트라도 있어서 다른 악기를 배우는 아이들은 오케스트라에도 참여할 수 있다. 우리 아이는 합창을 빼고 모든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풍성한데 등록비도 적당하고 실력 있는 음악 선생님들로부터 레슨을 받을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다. 음악학교 관계자들과 선생님들은 거의 자원봉사하는 금액으로 기꺼이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 같았다. 예술을 장려하고 예술에 사랑이 깊은 영국인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교실 곳곳에서 울리는 음악 연주에 둘러싸여 주말 아침을 여는 이런 상쾌함을 주는 음악학교가 집 근처에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한 학기를 마칠 무렵 음악 학교는 콘서트를 여는데 우리 아이도 이번에 기타 앙상블로 참여하게 되었다.    


아이의 기타 앙상블로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떨린다고 했던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박자를 맞추며 연주에 충실히 임하는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는 중고등학생 형들과 어울려 아름다운 기타 연주를 선사했다. 기타 연습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아 아이가 음악학교를 억지로 다니는 게 아닌가 했던 나의 생각은 괜한 노파심이었던 것 같다. 이후 다른 학생들의 리사이틀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관람했는데 아이들의 연주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늘 준비를 철저히 한 훈련된 프로들의 연주회만 다녔기에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연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했다. 그래서 연주자에 따라 음악이 다르게 다가왔다. 리사이틀을 하던 많은 아이들이 한곡을 시작해서 끝마치는 데에 의의를 두는 것 같았다. 그저 정해진 길까지 무사히 도달하는 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마치 숙제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어쩌면 음악에 관심이 없는데 부모가 시키니깐, 해야 하니깐 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그런 연주는 그저 기계 같은 느낌이 들고 연주를 듣는 동안 지루했다. 또 어떤 아이는 실수는 없지만 연주하는 동안 주변을 살피고 음악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실수는 없어도 악기 소리가 그리 좋게 들리지 않았다. 반면, 어떤 아이들은 내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는데 그것은 연주자의 감정이 연주에 실려 관객들에게도 전달되었기 때문이었다. 첼로 연주를 선보이던 한 어린 소녀는 처음에는 그저 여느 아이들처럼 그냥 연주에 임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이의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자기가 연주하는 음악이라는 숲 안에서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아이의 선율에서 모험심을 가지고 신나게 오솔길을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가 그 여정을 정말 즐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대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에선 빛이 났고 관객들은 그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연주의 성공 여부를 떠나 관객 앞에 용기 있게 나선 아이들의 모습 그 자체가 예뻐 보였다.


어린 연주자들을 보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도 하나의 연주곡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곡일지라도 그 곡을 어떻게 예술로 승화시킬지는 연주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내 의지에 상관없이 태어났다며 어떤 이는 주어진 인생을 숙제처럼 마지못해 연주하듯 살고, 생을 마칠 때에는 드디어 끝냈다며 안도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이는 호기심을 가지고 즐겁게 연주하던 아이처럼 하루하루를 발견하듯이 온 마음을 다해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주변을 감동시킬 것이다. 혹시라도 지금까지 지루한 연주를 해왔다고, 연주가 맘처럼 잘 안된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직 콘서트가 다 끝나지 않았고 관객들도 떠나지 않고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아직 연주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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