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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Jun 05. 2024

어느 비둘기의 엄마 사랑,애틋합니다

어제 점심을 먹기 위해 건물 밖을 나설 즈음 빌딩 한편에서 어슬렁 거리는 비둘기 두 마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보통의 비둘기들과는 달리 그 비둘기 두 마리는 다가가 만지려 해도 반경 2~3M 주위만 뱅뱅 돌뿐 도통 날아가지는 않았습니다.


"이 녀석들 봐라, 사람 무서운 줄 모르네"


요즘 도심가 비둘기들은 도망가기는커녕 '뭘 봐 이런다'는 우수캐소리가 회자될 만큼 사람들을 그렇게 두려운 존재로 보지 않는 습성으로 변했지만 그래도  좀 더 가까이 다가서면 푸드덕 날아가 버리는 게 보통의 비둘기들인데도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던 어제 그 두 비둘기들에게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냥 가자는 직원들의 말에 그냥 자리를 떠 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출근 후 혹시나 하고 그 장소를 다시 가보니 여전히 그 두 마리의 비둘기는 그 장소 그대로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상해 시간을 두고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날개 한쪽이 축 처진채 잘 걷지도 못하고 자꾸만 주저앉으며 병든 병아리처럼 꾸벅꾸벅 졸기만 합니다. 그 비둘기의 상태로 보아 어디가 몸이 안 좋아도 단단히 안 좋은 듯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비둘기와는 달리 또 다른 비둘기는 눈망울도 초롱초롱해 보였고 걷기 등 행동도 정상으로 보여 건강상태는 양호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 두 비둘기의 관계가 평범한 관계는 아닌 것으로 추측되어 더욱더 관심이 갔습니다.


나름의 추정을 해 보건대  (사진 왼쪽) 몸이 안 좋은 비둘기는 나이기 좀 들어 보이는 등 언뜻 보아도 엄마, 그리고 (사진 오른쪽)의 건강해 보인 비둘기는 몸집도 왜소할 뿐 아니라 목둘레 부분에 아직 솜털도 가시지 않는 등  그 엄마의 자식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여기에 털의 색깔과 무늬까지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볼 때 두 비둘기의 관계는 피가 섞인 유전적 관계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미루어 짐작을 해 봅니다.


만약 비둘기가 엄마와 자식의 관계라는 내 추측이 맞다고 보면  몸이 아파 날기는커녕 걷지도 못하는 엄마를 위해 한시도 떠나지 않고 끝까지 엄마 곁을 지키고 있는 자식 비둘기의 눈물겨운 엄마사랑이 참으로 애틋해 보였습니다.


"엄마 비둘기야, 어서 빨리 훌훌 털고 자식 데리고 날아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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