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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반 후라이드반은 서로의 사랑이다

by 거창 신부범

지난주 아버지 제사가 있었다.


몸살감기로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저 멀리 전북 남원에서 인천까지 올라온 누나였다. 대소변을 수발해야 하는 100세 가까운 시어머니를 모시는 여동생과 사업을 하는 남동생도 참석했다. 이렇게 각자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아버지 제사만큼은 꼭 참석하겠다는 일념하에 형제들 모두가 모였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몇 해 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막냇동생은 그 자리에 없었다. 형제들 중 가장 막내이면서 맏형 같은 속 깊고 정도 많았던 막냇동생이었기에 그에 빈자리를 향한 형제들의 마음이 편할리 없었다.


더욱이 막내 동생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말기암 상태에서도 놀라운 만큼 평정심과 의젓함을 보였었다. 항암으로 머리가 다 빠지고, 몸이 음식을 거부해 도통 음식을 먹지를 못해 뼈만 앙상히 남아 거동조차 힘든 상태에서도 형과 누나들을 먼저 안심시키려 했던 막냇동생이었다.


그렇게 힘겨운 투병 중에서도 어느 날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맛있는 거 시켜 놨으니 퇴근 후 곧장 집으로 오라고 했던 그날, 새로 산 내 휴대폰의 케이스를 선물해 주겠다며 모바일 쇼핑몰에 접속했던 그때의 막냇동생을 생각하면 아려오는 가슴을 도저히 억누를 수 없다.


이렇게 아버지 제사로 모두 모인 형제들이 심성 착한 막냇동생 없는 안타까운 마음을 서로 얘기하고 있는 도 중 큰집 조카가 갑자기 끼어들어 '나 어젯밤에 막내 삼촌꿈을 꿨다'며 말을 걸어온다.


'무슨 꿈을 꿨는데?'


'막내 삼촌이 치킨을 사 와 나에게 줬다니까'


다들 막냇동생을 얘기하다 보니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였지만 그 와중에 조카가 불쑥 꺼낸 막냇동생의 꿈 얘기는 일순간에 분위기 반전을 하고 말았다. '하고 많은 꿈 중에서 치킨꿈이라니?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장난스러운 질문을 조카에게 재차 던지고 말았다.


'막내 삼촌이 사 온 치킨이 후라이드야, 양념이야'


'양념반 후라이드반이었어'


조카의 이 말에 형제들 모두가 한바탕 웃고 말았다.


진짜 양념반 후라이드 반이었다고?


'정말이라니깐'


생각하기에 따라 다소 우스꽝스러운 꿈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조카의 꿈은 사실이라 믿고 싶었다. 그것은 생전 막냇동생은 조카를 무척 사랑했다. 조카역시도 이런 막냇동생을 무척이나 따랐다. 그래서 양념반 후라이드반은 조카를 향한 삼촌의 마음과 삼촌을 향한 조카의 마음이 그대로 반영된 서로의 사랑의 꿈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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