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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은 Feb 24. 2023

아이의 도벽, 이렇게 지도하세요.

 1. 아이의 도벽은 일시적인 것일 확률이 큽니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의 도벽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무인 마트에서 물건을 집어 온다던지, 좋아 보이는 친구의 장난감을 몰래 주머니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물건을 사기 위해 부모님의 지갑이나 저금통에 손을 대는 경우도 많지요. 이 시기의 아이들은 타인의 시선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저학년 아이들은 큰 친구 뒤에 앉아 본인이 선생님이 안 보이면, 선생님도 자기가 안 보이는 줄 알아요. 다시 말해 자기중심적이죠.

 수치스러움이나 부끄러움도 남학생의 경우 여학생보다 조금 천천히 느낍니다. 저학년 친구들 중 남이 어떻게 보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생떼를 놓던 친구들, 3년 뒤에 만나면 절대 그런 짓 하지 않습니다. 부끄럽기 때문이죠. 규율에 대한 인지가 정확해지고 타인의 시선에 대해 민감해지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도벽이 거의 없어지는 이유입니다.


2. 책임지게 하세요.

우리 아이들은 규칙에 대해서 배워나가는 중입니다. 먼저 단호하게 '물건을 훔치면 안 된다'라고 반복하여 알려주시고, 행동에 책임을 지게 하십시오. 물건을 되돌려주고, 물건값을 배상하고 부모님이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본인도 꼭 사과하게 해야 합니다. 물건값을 배상할 때는 자신이 직접 일해서 갚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때 주의하실 점은, 책임은 그 '훔친 일'과 관련이 있어야 하고, 벌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어른이 절도한다고 해서 경찰에게 쌍욕을 먹거나 주먹질을 당하지 않듯이 말 그대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훔친 행위에 대한 배상과 사과를 하게 하세요.

 


2. 행동이 반복되더라도 자괴감을 느끼지 마시고 , 아이를 지나치게 벌주지 마세요.

 아이를 지나치게 벌주다 보면 아이의 폭력성이 심화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으로서 가장 지도하기 어려웠던 사례는 열 살 배기 아이를 아버지가 매로서 엄하게 다스리는 경우였어요. 처음 문방구에서 물건을 훔쳤을 때 무릎을 꿇려 잠도 안 재우고 한자를 쓰게 하셨고, 두 번째는 무서워서 우는 아이를 파출소에 끌고 가셨고, 세 번째는 몽둥이로 아이를 때리셔서 온몸에 멍이 들어왔습니다. 결국 저는 아동학대로 고소할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나라는 아직 훈육에 대해 관대한지, 경찰도 별 수를 못쓰더랍니다. 아이는 점점 더, 문제 행동이 심해졌습니다. 담임인 저에게도 폭력을 휘둘러 이제 도벽과 폭력성 중 무엇이 문제인지 모를 지경이 되었습니다. 유난스러운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고 눈물 흘리시는 학부모님을 면담하며 아이를 생각하는 진실한 마음은 느꼈습니다만, 때로는 '내가 저 버릇을 당장에 없애겠다'는 그 마음으로 행하는 '사랑의 매'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도 깨달았습니다.


3. 절제력을 가르치는데 집중하세요.

 아이에게 욕구를 절제하는 능력 또한 가르쳐야 할 덕목입니다. 천천히 배우는 아이가 있어요. 특히 충동적인 아이들은 당장의 욕구에 사로잡히면 그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지요. 식욕을 억누르기 힘든 어른들도 있지 않습니까? 누군가에게는 필요 이상의 먹을 것을 참는 것이 고통이듯, 우리 아이에게도 필요 없는 물건을 참는 것이 견디기 힘들 수 있습니다.


4. 긍정의 언어로 이야기하세요.

 '남의 것 훔치지 마' '너 커서 도둑놈 되고 싶니' '엄마 죽는 꼴 보고 싶어' 아이의 마음에 부정의 언어가 자라나게 하지 마세요. 도벽이 있는 많은 아이들을 지도하며, 모든 아이의 마음속에 가장 큰 욕구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교실만 비면 친구의 게임카드를 훔치던 아이는 사실 학교가 끝나면 교실을 싹 청소해 주고 담임 선생님께 사랑한다고 말하고 가는 아이와 동일 인물이고, 친구의 돈을 몰래 훔쳐가던 아이도 사실은 아빠와 둘이 살며 밤늦기 퇴근하는 아빠를 보고 자려고 1시까지 잠을 참는 정 많은 아이이기도 했답니다.

 '절제하기 힘들지? 네 안의 절제력을 키워나가 보자.' '도와줄 거야.' '그렇지만 네 행동에는 항상 책임져야 한다. 훔친 물건은 보상해 주고 사과도 해야 해.'라고 말해 주세요. 아이는 스스로 절제력이 커나가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5. 가능하다면 용돈을 주세요.

 욕구를 긍정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는 겁니다. 아이가 물건을 갖고 싶을 때, 훔치거나 참거나가 아니라 노력하여 얻을 수 있도록 하세요. 용돈을 작지만 지속적으로 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소득을 예측하고 소비계획을 세우는 습관을 들이도록 도와주세요. 용돈 기입장을 써보고, 나에게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가장 1번으로 사고 싶은지를 부모님과 순위를 정해 보는 것도 좋은 경제 공부가 됩니다.

 가능하다면 추가로 벌이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세요. 욕구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어른도 물건을 갖기 위해, 인정 욕구 때문에 많은 일을 하곤 하지요. 설거지 돕기, 청소 돕기, 동생 봐주기 등 아이가 집안일에도 참여할 수 있고 기본 생활 습관을 잘 들이는 데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6. 아이는 한 번에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또 도벽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아니요, 단언컨대 재발할 겁니다. 한 번의 교육으로 끝낼 수 있다면 세상에 선생만큼 편한 직업이 어디 있겠습니까. 훈육의 기본은 반복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평생 데려갈 내 자식이 아닙니까? 100번을 반복한대도 100번 다 진심으로 훈육하세요.


 그리고, 다시 한번 긍정적인 변화에 집중하세요. 달력에 표시해도 좋습니다. 얼마나 빈도가 낮아지는지 확인하고 정도가 낮아지는지 확인하세요. 일시적인 충동으로 또 도벽을 저질렀대도, 먼저 자수하고 용서를 빌면 그만큼의 성장을 격려하세요. '그래, 엄마도 속상하긴 하지만 너도 양심에 찔려 더 속상했겠다. 너는 거짓됨 대신 정직함을 선택했구나.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겠니?'라고 눈을 바라보며 말하세요. 단호하게, 그러나 아이에 대한 지지를 담아서요. 아이가 백번 실수해도 정직한 아이로 자라날 것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으며, 그때까지 엄마는 늘 함께할 것이라고 마치 말하듯이 바라보십시오.


마치는 말


 '하면 안 되는 것'과 '해도 되는 것' 사이의 경계를 확립해 나가는 중이기 때문에 절제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황이 힘들수록 냉철해지셔야합니다. 상황의 원인은 부모가 못나서도, 아이가 나빠서도 아닙니다. 나에게는 아이에게 부족한 절제력을 길러줘야 하는 미션이 생겼는 사실에만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아이에게 해당 단어를 반복하여 가르쳐주고, 먹고 싶은 것을 잠시 참을 때, 하고 싶은 게임을 한 판만 했을 때 등 작은 절제를 실천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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