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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개구리 Feb 27. 2024

나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어디에 있을까?


자전거는 또 다른 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세상속에서 나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남자였지만, 자전거를 탈 때면 나는 캐릭터를 바꿨다. 지금껏 내가 살아보지 않은 인생처럼 완전히 다른 내가 됐다. 

나는 20대 중반에 사회에 진출하면서 진짜 어른이 된 것만 같았다. 

사회초년생으로 일하며 월급을 받고 회사에서 야근도 하고 회식도 하는 내가 제법 어른 행세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도 인생의 고뇌와 치열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일종의 자부심 같은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때 자전거를 타기로 했던 것도, 지친 일상에 조금 더 활력을 넣어주기 위한 나에게 주는 보상이었다.

그렇게 나는 자전거 세계에 로그인을 했고 캐릭터를 바꾸면서 현실에서는 정태윤으로, 자전거 세계에서는 금개구리(동호회 닉네임)로 살았다. 현실에서는 조용하고 내성적이였다면 금개구리의 세계는 더 과감하고 자유로웠다. 

생각해보면, 자전거를 구입하고 처음 라이딩 모임에 나가는 것조차 나에겐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내가 먼저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찾아가는 일 자체가 나에게는 생소한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매번 수동적으로 연락오는 사람만 만나던 나였는데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자전거 세계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든게 아니라 

진짜 나를 찾은 것이었다. 

금개구리 역시, 숨겨져 있던 나의 또 다른 자아, 또 다른 나의 페르소나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페르소나는 지금 하나로 합쳐지고 있는 중이다. 

지나고 보니 이러한 과정이 우리가 말하는 ‘연륜’인 것 같다. 



올드라이더스 유니버스

숨어있던 소년을 찾아내다. 


시작은 심심풀이 인터뷰 영상이었다. 신빵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던 나와 함께 20대를 달리던 한살 터울의 형이었다. 그는 나와 함께 짧게 2년간 라이딩을 하다가 자전거의 세계를 떠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었다. 

물론 그 중간동안 함께 라이딩을 하지 않았을뿐 연락이 끊어졌던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가 다시 자전거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던건 종종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픽시(고정기어 자전거)나 미니벨로를 사기도 했고 다시 열심히 라이딩을 해보겠다고 중고 로드바이크를 구매하는 노력?도 했었지만, 아쉽게도 지속하는데는 번번히 실패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술과 담배를 모두 끊으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벌써 1년간 열정적으로 라이딩을 하고 있고 가끔은 자출(자전거 출퇴근)도 하고 있다. 

그에게 생긴 변화는 20kg 가까이 감량한 체중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잊고 있었던 자기 자신을 찾아낸 것이었다.

‘자전거’는 어른이 되버린 우리들 속에서 소년과 소녀를 찾아내는 방법 중에 하나였다. 우리들 가슴 깊은 곳에 꼭꼭 숨어있던 ‘나’를 찾아내는 것. 그리고 나 조차 잃어버렸던 ‘나’를 찾아 내는 것.

자전거는 또 다른 나를 찾아주기도 하지만, 진짜 나를 찾아주기도 한다. 

내가 그랬듯이, 

아마 여러분들도 찾을 수 있길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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