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쫄이 입는 아저씨가 되고 싶진 않았다.
내가 처음 자전거를 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멋있고 센스있는 오빠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런데 정신 차려보니 거울 속에 나는 어느새 쫄쫄이 멜빵을 튕기며 흐믓한 표정을 짓고 있는게 아닌가.
아 이거 뭔가 잘못된거 같은데, 난 너무 멀리와버렸네…
헉헉 대면서 북악스카이웨이를 오르는 나는 올해로 마흔 한 살이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40대의 삶과 지금 내 모습은 좀 많이 다르다.
내가 생각했던 40대는 조금 더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지닌 중년 남자의 모습을 떠올렸었는데 말이다. 지금 나는30대의 나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언제쯤이면 상상했던 40대의 모습과 비슷해 질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나름 재미있게 잘 살고 있다.
좀 철이 없어보이는게 문제긴 한데, 사실 속으로는 아주 깊은 사유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좀 내적 성장이 더딘 것 같기도 하지만, 솔직히 내 나이와 사고 수준은 많이 잡아도 35세 쯤에서 멈춘 것 같은 느낌인 것 같다. 늘 실제 나이보다 5년 정도 늦게 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나이를 먹을 수록 점점 안정된다기 보다는 더 많은 혼돈이 오는 것 같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러한 혼돈에서 마음을 다 잡기 위한 하나의 수단 중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탈 때는 최소한 잡생각으로 인한 불안감은 없으니까. 그냥 힘들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힘듦이 재미있다.
물론 돈도 벌고 싶고 내 삶도, 나도 지키고 싶어
요즘은 돈버는 열풍으로 돈버는 일이 최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내 삶은 돈과는 가까워질 수 있는 삶의 그래프가 아니었다. 나도 돈이 많으면 좋겠고 돈도 많이 벌고 싶지만, 결국의 선택의 기로에서면 늘 돈보다는 또 다른 나만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아무튼 나는 자전거와 함께 돈을 벌고 있다. 컨텐츠도 만들고 광고도 하고 이야기도 생산하면서, , 나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내가 행복한 이유는 나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나’놈을 지켜내는게 내가 원하는 행복의 근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