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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니그람 Feb 23. 2024

몇몇 헤어짐을 준비하다.

코앞에 다가온 이사.

이사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4월 이사온 이곳 동두천에서 쌓아온 인연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몇몇 분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조금 갖고 있는 중이다.


어제는 몇번 참여했던 독서모임 사람들을 만났다. 지난 9월부터 참여했던 것 같은데, 입덧이나 몸상태때문에, 혹은 그 핑계로 두번정도는 나가지 않았다. 아마도 계속 동두천에 살았어도 더는 나가고 싶지는 않은 모임이기는 했는데, 이제 이사간다고 하니 마지막으로 한번 나오라고 해서 어쩔수 없다는 생각으로 다녀온 것이었다. 모임에 나가고 싶지 않은 것은 우선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토론이 책속에 깊이있게 다가선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였다. 그럼에도 누군가와 만나서 그렇게 책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면 적어도 뭔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좋기는 하였다. 내가 이야기를 하고, 다른이들이 경청을 하고, 혹은 그 반대였던 경험 자체는 좋았던 것이다.


그런데 작별을 고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가 적절할지가 좀 고민이 들기는 하였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안나가는 것도 낫겠다 싶기도 했다. 이제껏 서너번 정도 만난 사람들인데, 앞으로 영영 못 만나게된다고 하면, 그 말차제가 너무 무겁게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몇 달 전 출산을 한, 모임에서 제일 어린분에게 나는 독려의 의미로 출산선물을 주었었는데, 그녀가 어제는 70일된 아기를 안고 몇달만에 모임에 나왔다. 출산하고 처음이었다. 모임이 끝나고 내게 선물을 전해주는 것을 보니, 그것을 위해 일부러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그렇게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선물을 줄 때는 선배엄마로서 응원이 필요할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는데, 나도 그뒤에이어 출산을 하게되니 내게 상응하는 선물을 줘야겠다고 의무감을 느낄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기는 하다. 줄때는 그런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는데, 괜히 부담을 주었나 싶어서 좀 미안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뭐 굳이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가 아기 선물과 함께 책한권을 주었는데, 그녀에게도 마찬가지로 베넷저고리와 손싸개와 함께 책한권을 받았다. 어떤 책일지 궁금했는데, 종교적인 책인 것 같다. 책을 선물하는 것은 자신을 알리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자신에게 좋았거나 중요한 책이었기에 나에게 선물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모임에서 두어번 만나서 책이야기 말고 개인적으로는 잘은 모르는 사이인데, 이 책을 통해 그녀에 대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좀 더 알게되는 시간을 가질 것 같다. 앞으로는 서로 받은 책에 대해서도, 키우는 아기에 대해서도 이야기나눌 일이 아마도 없을 거라는 것이 조금 아쉽게 다가오기는 했다. 하지만 아쉽다는 말 이외에 표현할 방법도 해소할 방법도 잘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나는 헤어짐에 참 서툰 사람이구나 싶다.


독서모임 이외에 인연이라고 하면 어린이집 선생님들이다. 딱히 개인적인 친분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내게 가족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매일 얼굴을 보던 사람들이었기에 이사를 가면 빈자리가 느껴질 것 같다. 매체에서는 아이들을 함부로 다루는 선생님이라 부를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종종 들리지만, 내가 만난 선생님들은 놀라울정도로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는 분들이었다. 제작년에 만난 분들도 그랬고, 작년부터 지금까지의 분들도 그렇다.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이 내 삶에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다른 시간에는 거의 홀로 육아를 맡아하고 있는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오늘로서 1년간 아이들을 보내온 어린이집이 마지막이어서 뭔가 감사의 표시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오래 고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간식거리와 음료수 정도 간단하게 사서 어제 드렸다. 금요일에 드리면 드실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위에 적은 나의 마음이 전달이 됐을지는 잘 모르겠다. 늘상 알림장에 감사하다고 쓰긴 하는데, 그말이 진심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지만, 한국인들이 으레 그렇듯 인사치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마 알고 계시겠지.


해가 바뀌고 부랴부랴 이삿짐센터와 계약을 할때까지만해도 언제 이사하나 싶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사가 코앞인걸 보니 시간이 참 빠르구나 싶다. 몇몇 헤어짐을 맞이하고 나니 이사하고 나서의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커진다. 내 선택은 잘한걸까, 아이들은 적응할까, 나는 만족스러울까, 남편은 어떨까. 여러 생각이 들지만 어쩌겠나, 부딪혀 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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