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억

by 가을



34


기억은 단지 액자에 담긴 되새김질이 아니다

내가 받은 다정과 사랑을 기억하는 것

나는 그걸 걸음이라고 부른다


내 머리맡에 놓인 커다란 곰인형을 기억한다

내가 작았고 곰인형은 더 컸다

지금은 군데군데 뭉친 솜과 세월의 흔적이 생긴 곰

여전히 머리맡이다


삶의 여행을 떠나는 버스에 실리던 몸을 기억한다

엄마와 선생님의 기도가 있었다

출발 후에도 기도는 나에게 날개를 달아주어 곁에 함께한다


세상이 만들어질 때 불린 내 이름을 기억한다

내 옆에 나무를 먹는 공룡을 두고 정원을 가꾸신 이가 있었다

오늘도 나는 동물이 태어남을 보고 정원을 돌본다


그라하여 나는 내가 된다

오늘 들이마신 새벽의 공기와 싱그러운 채소 한 움큼

기억이 더해져서 걸음이 된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28화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