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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 집을 나선다. 침대 위 인형들이 짧은 팔을 펴 기지개를 피고 하품한다. 안경을 쓴 강아지 인형이 안경을 쓱 쓸어 올리며 말한다. 오늘은 주주가 10분이나 일찍 일어났어. 오늘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계획에 대한 걱정이 잠을 일찍 깨운 거지. 옆에 엎드린 채로 몸을 뒤집으려 끙끙대는 토끼 인형이 말한다. 아니야. 오늘 내 볼에 입을 맞추려고 일찍 일어난 거야. 대신 나를 뒤집어 놓았지만. 얼굴만 큰 금색 기니피그 인형도 대화에 동참한다. 매일매일 똑같이 우리를 두고 나가는 이유가 뭐지? 돌아오면 힘들어하는데. 가지 않고 우리와 놀면 좋을 텐데! 그 얼굴에 팔을 기대고 있던 파란 토끼가 말한다. 하루를 온전히 살기 위해서지. 동시에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는 거고.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해. 잠시 모두가 침묵한다. 다른 인형의 반의 반 밖에 되지 않는 크기의 동그란 고슴도치 인형이 눈을 굴리며 말한다. 우리의 하루는 연근이라 그랬어. 토끼가 정정한다. 연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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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순종을 배우고자 한다. 족쇄와 창에 맞서지 않고 순응하며 따른다. 오히려 기쁘다. 내 손에는 창이 없지만 당신은 갚는 분이다. 시선이 당신께 향하여, 동시에 나아갈 길에 대한 고민이 물꼬를 튼다. 꿈과 이상, 현실, 머리가 아프다. 이 또한 따라가야지.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