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별을 단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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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시선을 고정함으로 나는 사모함을 덧입는다. 사랑하는 이에게 흠을 허락하지 않으시는 당신이 온전한 만족까지 쉬지 않으시기에 나도 그 열정을 닮는다. 햇빛의 한 움큼 태양에서 덜어내듯이. 하루를 온전히 살아낸다는 의미가 지금처럼 와닿는 적은 없었다. 백 개의 계단이 있다면 이제 한 개를 올라온 기분이지만. 시선을 고정하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안전한 지침은 없다. 인생 전부에서 통용되는 지침이다. 그러니 나는 하루의 시선을 온통 당신에게 바친다. 내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의지와 용기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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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창조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우리는 모두 창조하며 살아간다. 창조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사람에게 창조는 거부할 수 없는 기쁨이다. 오늘 집으로 돌아올 땐 새로운 골목길을 내가 좋아하는 거리 목록에 추가하였으며,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새로운 선생님과의 관계를 형성했다. 지금은 글을 쓰고 있다. 불확실하고 어지러운 것만이 창조는 아니다. 2025년을 살아가는 지금, 창조가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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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별을 단 수의사. 트러블 패치가 요즘엔 귀여운 모양으로 출시된다. 정말 피곤한 한 주를 지났는지 몸살의 여파와 함께 이마와 볼에 뾰루지가 올라왔던 것이다. 그리하여 연보라색, 분홍색, 하늘색 별들을 얼굴에 붙인 채 진료실에 앉아있다. 별이 남긴 역사의 증거물이 아니라 증인인 사람을 통해 세상은 움직여진다. 당신에 의해. 별을 붙인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재밌어진다. 이상하고 조금 다른 빛에 마음의 통로가 새어 나오는 건 기쁜 일이다. 그러니 나는 별을 단 수의사를 좋아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