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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빨래방

by 가을

0414


오늘은 비 오는 날, 집에서 빨래를 돌리기엔 양이 많아 나눠서 코인 빨래방을 들렀다. 조용한 공간에 섬유유연제 냄새와 세탁기, 건조기들. 대학생 때 기숙사에 살 때에도 공용 세탁실을 줄곧 이용했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오가는 사람들도 보고, 빨래가 생각보다 늦게 마칠 때에는 앉아서 멍하게 기다리기도 하고. 그럴 때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시시골콜 든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에 안식이 되는 이상한 빨래방. 나의 마음도 때가 깨끗이 벗겨졌으면 좋겠다고.


아주 더운 여름, 나가사키의 코인 빨래방에서 덜덜덜 돌아가는 시원찮은 에어컨 밑에서 담소를 나누던 날도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잘 알지도 못하던 사람들끼리 하는 얘기는 오히려 깊은 속내다. 우리는 서로를 보고 못내 이해한다. 사람은 거기서 거기고 우리는 그런 서로를 알기 때문이다. 돌아갈 곳이 있기에 더운 빨래방에서의 기다림은 아늑한 것이었다.


나는 다시 코인 빨래방을 찾는다. 도로 위 이리저리 오가는 차와 사람들 사이 빨래방은 조용하다. 세탁물이 돌아가는 소리만 돌돌돌. 더러워지는 건 쉬운데 깨끗게 하는 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삶이 그렇다. 하루하루 살다 보면 본래의 지도에서 한참은 이탈해 있고 그걸 깨닫지 못한 채 다들 죽는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나의 빨래방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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