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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날

by 가을



25


꽃이 가득한 하루를 보낸다.

이 세상이 창조되고 나서 첫째 날은 어땠을까?

심히 아름다웠을 것이다.

낮에 수면 위를 비추는 햇빛은 따스하고 온화하다 못해 투명하며

밤에 밤인지를 알게 해주는 달은 쏟아질 듯 합창하는 별들의 옆에서 은은한 지지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꽃이 만발하여 얼굴을 해를 향하여 들거나 겸손히 고개 숙인 채 자리하는 모습을 보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의 이름을 짓지 않았을까?

꽃이 가득한 봄의 나날을 보낸다.

세상의 처음은 이보다 더 아름답고 이보다 더 향기로웠겠지만

내게는 대신 아름다움의 소망과 기억 한 조각이 있으니

암흑의 은하수에 무지개색 주근깨를 뿌리듯 살아간다.

그렇게 내 앞으로 다가온 봄에게 웃으며 인사하며 다신 없을 이번을 누린다.




26



당신과 단 둘 뿐이던 날을 기억한다.

밤의 하늘이 양의 털처럼 새까맣게 빛나고 수많은 깜박이는 눈들이 반짝이며 나에게로 떨어지던 날이었다.

우리는 줄을 따라 걸으며 당신을 생각하며 노래를 불렀다.

당신이 나를 지으시고 나를 불렀음을 들은 그날,

그날로 나의 세계는 다시 쓰인다.

무너지고 무너져 기쁨으로 무릎 꿇는다.

그 시간이 오래도록 길었다.

나는 열다섯으로 평생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그 시간에 무너진 돌 사이 내 손을 붙잡은 당신이 나에게 끊임없이 물었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나는 그 대답을 영원히 하고 싶다.

나의 모든 인생을 깨뜨려 당신의 발아래에 붓고 그 앞에 입 맞출 때에도.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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