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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곤 하는 빗소리가 기분을 노곤노곤하게 한다
우리의 안락한 공간이 세상 속의 섬이 된 채 두둥실 호수 위를 떠오른다
귓가를 때리는 빗소리는 벽 너머에 있다
창문 밖으로는 무지개의 씨앗이 어둠 속에 쌓여 내린다
호수를 건너기 위해 장화를 꺼내게 되는 계절이 좋다
1년에 단 한 번 오는 때다
나의 하루를 보는 창은 온통 젖어 하늘로 가라앉은 웅덩이에 녹아내린다
비내음을 영원히 맡고 싶다
그렇게 말한 건 어항 속의 고래였다
고래는 느리게 숨을 내쉬며 내가 말하는 문장 열 개가 끝나도록 잠자코 기다려주었다
고래는 호수 너머 집으로 돌아간다
흘러넘친 어항의 물은 우산을 타고 떨어져 발가락을 두드린다
나는 또 1년을 기다려 장마를 기다릴 것이다
하루종일 내리는 비는 나와 고래와 우리 모두를 불러냈다
나는 고래의 말로 분노보다 더한 슬픔과 슬픔보다 더한 사랑을 간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