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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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카메라가 고장 날 때마다 가는 수리점이 있다
나보다 나이 많은 카메라들이 즐비하게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어딘가 한 군데씩 어긋나고 고장 난 카메라들이 반짝반짝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내 필름 카메라는 할아버지의 필름 카메라였다
카메라의 렌즈는 할아버지가 보던 풍경을 보고 이제는 내가 보는 풍경을 본다
손 때가 탄 카메라는 그래서 사소하고도 내밀한 일기장처럼 느껴진다
초등학생 때는 교환 일기가 유행했었다
서로의 일기 또는 편지 또는 비밀이 작은 공책에 차곡차곡 쌓여 구름만 한 마음이 되었다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렌즈가 뿌예져 앞을 볼 수 없던 필름 카메라는 하루 만에 깨끗해졌다
그렇게 나의 일기장은 또 내일을 살아갈 것이다
수많은 일기장이 가로로 세로로 놓인 수리점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선다
다시는 고칠 수 없어 구석에 데구루루 처박힌 카메라도 버려지지 않는 곳
어느새 사라진 교환 일기장이 어른들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듯이
이 시 또한 내일을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