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왕 앞에
몸을 낮추었다
가볍지 않은 농후한 빛
깊은 울림의 소리로 노래 부르던 10월
핏빛보다 붉게
강렬히 물들고
진향 향기를 내뿜으며
맑기는 투명 그 자체였으니
어느 한 곳
고급스럽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낮추고 낮추면
사랑하고 사랑하면
그 자리에, 머물까
하루를 열흘처럼 조각내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시로 담아내기를
그렇게라도 받들면
이대로 머물러줄까 하여 찬양을 하였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은 하루였던 양
순간에 모든 걸 적시고
10월 계절의 왕은 홀연히 떠나갔다
누군가에겐 잊히고
누군가에겐 기억되는 날들일터
다시 만날 그날에는
더 웅장하고 멋진 왕으로
돌아와 주기를
기다림 속에서
찬란한 그대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