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고 언제나 잘 흔들리는 방법
열심히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나 잘하고 싶은 욕심이라는 친구는 항상 저를 찾아옵니다. 힘을 빼고 무언가를 하다가도, 어느새 온몸에 힘이 들어가 굳어있는 스스로를 발견합니다. 그때마다 한껏 힘이 들어간 어깨를 주무르며 힘 빼고 단순하게를 외칩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빠질 수 있는 힘이면 애초에 들어가지도 않았겠죠.
욕심에서 기인한 버거움은 이번 연휴에도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냥 글 쓰는 행위에 집중했었는데, 어느새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연사들의 영상에서 글쓰기 관련된 주제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밀리의 서재에서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몇 권 다운로드하였습니다. 몇 장을 읽어보니 감동이 밀려옵니다. 감동을 무기 삼아 계속 읽어봅니다. 어느 순간 감동보다는 약간의 의무감을 가지고 봅니다. 아직도 읽을 책이 3권이나 남았습니다. 의욕은 어느새 부담이 돼버렸습니다. 숙제가 돼버렸습니다.
그래도 몇 권의 책을 읽으니 저도 그렇게 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책이 말하는 글쓰기 원칙은 어렵지 않습니다. 독자를 중심에 두고 쉽게 짧게 명확하게 쓴다. 구체적인 사실을 쓴다.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중요하다 등. 문제는 이런 생각을 하니 글 쓰는데 힘이 바짝 들어가니 생각만 많아지고 쓰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어렵다는 감정을 조금 더 말하자면 작가처럼 멋지게 잘 쓰고 싶었습니다. 평소에는 말하듯이 쓸 말이 떠올랐고 오히려 적당히 끊어 쓰는 것을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도 내가 뭘 쓰고 있고 어디로 가는지 혼란이 왔습니다. 버거웠습니다. 버거운 마음을 덜고자 책을 덮었습니다. 열심히 잘 쓰는 것은 잠시 동안의 쉼을 갖기로 했습니다. 아직 잘 쓸 준비가 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냥 쓰는 것이 지금의 저에게는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감정을 남기고자 그냥 이 글을 썼습니다.
유사한 상황을 매일 직장에서도 겪습니다. 의도적으로 이질감을 즐기려 하지만 천성이 P가 아닌 J이기에 정말 열심히 일합니다. 잘 해내고 싶기에 내가 만족하는 순간이 올 때까지 고민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오면 다른 사람에게도 그 순간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욕심에 전력질주 합니다. 거의 식음을 전폐하는 수준에서 며칠 동안 모든 시간을 갈아 넣습니다. 점심 식사도 하지 않고 누구와 미팅도 하지 않고 저녁도 거르고 거의 매일 12시간 이상 집중합니다. 그리고 집에서 잠자고 씻는 모든 순간에도 고민합니다. 이 방법은 누구보다 빠른 시작과 가속도를 낼 수 있었던 방법이었습니다. 저에게 직장에서 작은 성공과 나쁘지 않은 평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러나 10년 차가 되던 해 이 방식이 참 버겁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습니다. 정확하게는 몸이 버겁다고 외치는 것을 들었습니다. 쉼이 필요했습니다. 마침 프로젝트가 연말에 잘 끝나 약간은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생존본능은 오래쉬는 것을 거부합니다. 쉼의 시간이 조금 길어지면 어김없이 뭔가 해야 되는 불안감이 찾아왔습니다. 마치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 이런저런 책을 들쳐봤듯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다는 핑계로 많은 자료를 읽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느낌에 고취됩니다. 그러나 쉬었던 관성은 다시 시작하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달려본 적이 없었던 사람처럼, 달리는 것이 두렵기도 합니다. 그 버거움을 느끼고 싶지 않습니다. 생각만 많은 무기력증이 찾아옵니다.
열심에서 버거움과 쉼을 지나 도착한 무기력에서 다시 열심히 돌아갈 때입니다. 제가 생각 많음에서 하나에 집중한 열심히 돌아가는 방법은 마감효과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마감을 지키는 저의 성실함을 믿고 약 30% 정도만 준비되었을 때 약간은 무리한 보고일정을 잡습니다. 보고일정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중간과정을 잡습니다. 중간보고나 협의라는 핑계로. 논의라는 행위로 저를 몰아넣으며 마음이 뒤따르게 합니다.
열심 버거움 쉼 무기력은 모두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원인이 마음에 있다고, 마음먹기로 해결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미 마음이 무너져있기에 그것을 마음만으로 일으키기 어렵습니다. 이때 행동의 도움을 받기 위해 마감효과라는 촉매를 씁니다. 촉매를 통해 저는 다시 열심의 순간으로 들어갑니다. 물론 열심의 끝은 다시 반대를 향함을 알면서도요. 흔들리는 마음을 매번 멈추고 싶습니다. 그러나 멈추면 흔들리고 싶습니다.
멈춰있을 때 다시 움직이는 방법을 알고, 흔들렸을 때 반대로 다시 가야 할 때를 느끼고, 내가 감내할 수 있는 흔들림의 정도를 알며 언제나 잘 흔들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만의 잘 흔들리는 방법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