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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되 매달리지 않는 마음

Let them. 그럴 수 있지. 그러라 그래

by Yoo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보는 세상은 하나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 인물의 시점에서 보는 세상은 모두 다릅니다. 관심에 따라 어떤 영역은 알록달록 색깔이 칠해집니다. 어떤 영역은 갑자기 불쑥 뛰어올라 부각됩니다. 건축가는 건물과 도시를 중심으로 세상을 봅니다. 디자이너는 이미지와 의미를 중심으로 세상을 봅니다. 경영기획자인 저는 메꿔야 할 빈틈을 중심으로 세상을 봅니다.


이렇게 관심은 일상이라는 세상에 색을 칠하고 입체감을 만듭니다. 이때 각자의 관심은 다양한 이유로 만들어집니다. 전공, 취미, 관계, 경험 등 하나의 공식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회사라는 세상도 구성원 모두가 다르게 봅니다. 그러나 일상과 다른 점은 관심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다소 획일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바로 R&R 혹은 담당자라는 단어입니다. 수없이 많은 일이 회사라는 세상에 있지만 내가 어떤 일의 담당이 되는 순간 그 일이 세상에서 가장 부각됩니다. 남의 일과 나의 일의 차이는 회사라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은 것의 차이 정도입니다. 무와 유를 가르는 경계입니다.


어떤 일의 담당자가 되면 그 일을 중심으로 세상의 관계나 구조를 재편하려 합니다. 그리고 재편을 하는 이유와 의의를 찾습니다. 이유와 의의는 일의 가치이자 나의 가치가 됩니다. 일과 내가 하나가 되는 '일아일체'의 경지에 오릅니다. 일이 잘되는 것은 내가 잘되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아니 일이 잘되는 것은 세상이 잘되는 게 하는 마음이자, 회사를 위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 일을 방해하는 모든 이들이나 상황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을 방해하는 악당입니다. 세상을 위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위선자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나의 세상은 나의 일을 중심으로 재편되었지만, 다른 사람의 세상은 그의 일을 중심으로 재편됩니다. 우리는 이름 같지만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각자의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지만 서로의 세상에서는 악당이 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은 때로는 서로를 최선을 다해 멀어지게 합니다. 서로의 최선이 전체의 최악을 만드는 순간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매달리지 않는 마음입니다. 내가 믿는 세상에 대한 최선의 마음이 점점 커지다 보면, 일에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는 순간을 만납니다. 그때는 그것이 최선의 노력이라고 생각했지만 한 걸음만 떨어져 보면 조급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억지로 뭔가를 해내려고 하는 마음이 들며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려 합니다. 당연히 나의 세상이 아닌 우리의 세상은 각자의 세상의 합집합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절대 움직이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저라는 악당의 등장을 영웅적인 면모로 장렬히 막고 있을 테니까요.


Let them. 그러라 해라. 너의 세상에서는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최선과 매달림의 경계는 항상 사후적으로 알 수 있기에 어렵습니다. 그 일이 지나 봐야만 내가 힘이 너무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나마 제가 경계를 느끼는 힌트는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를 얼마나 하고 있느냐입니다. 다른 이가 나의 세상에서 영웅의 동료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들 때. 나의 세상에서 다른 사람이라는 악당이 개과천선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 다른 이가 나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를 경계해야 합니다. 온전히 나의 세상에서 내가 지속하게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대해야 합니다. 다른 이들의 행동을 움직이거나 기대하거나 매달리지 않고.


Let them. Let me.

그래라 그래. 그럴 수 있어.

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은 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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