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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와 떡볶이, 파인다이닝과 분식집

균형은 멈춤이 아닌 정반합의 흔들림

by Yoo

간혹 돈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것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있습니다. 친구들과 수개월간 모은 공금으로 하는 식사, 프로젝트가 잘 끝난 이후 회식자리, 부모님의 환갑 등. 이런 상황에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이 있습니다.


한우, 회, 초밥, 스테이크, 파인다이닝...


비슷하게 상상하셨나요? 취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가 고급 식재료나 요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비슷하기에 상상하는 범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소위 좋은 음식을 먹었을 때 맛있다는 감정과 좋은 것을 먹었다는 만족감이 듭니다. 재미있는 것은 뒤따라오는 생각입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그리고 매번 다음 식사는 이것들을 먹으러 갑니다.


떡볶이, 치킨, 라면, 과자, 짬뽕, 붕어빵...


그 좋은 것을 먹고도 어쩌면 통칭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 생각나고, 반대로 안 좋은 음식을 먹으면 좋은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반합이라는 말이 있듯이 나의 몸은 세상은 흔들리면서 균형을 맞춰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기 먼 진리나 철학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나의 몸이 그러한 왔다 갔다 함과 흔들림을 추구하는 것에서 체감합니다.


세상은 어떤 중심에서 가만히 있으면서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좌우로 흔들리며 정반합을 반복하며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 이성적으로 생각합니다. 코로나 때 세상이 망할지 알았지만, 오히려 돈이 풀리면서 누군가는 기회를 얻었던 것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을 살다 보면 우리는 반복적으로 흔들립니다. 본 브런치북에서 이야기한 계획과 무계획, 루틴의 뿌듯함과 족쇄, 탐색과 활용, 열정과 무기력 등이 우리가 항상 마주하는 흔들림입니다. 흔들리면서 힘들어하고 흔들리지 않았으면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을 구분하고 소위 슬픔/화남/짜증/후회/미움 등의 감정을 느끼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멈추지 못하는 저에게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의지가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몰아세웠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크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이 오면 흔들리는 마음 멈출 필요 있을까?라는 반문합니다. 어쩌면 흔들리며 균형을 맞추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하면서요. 좋음과 나쁨이 아닌 단지 좌우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면서요. 포기나 자아비판이 아닌 인정하면서요.


그리고 매일 되뇝니다.


한우와 떡볶이를 번갈아 먹으면 더 맛있는 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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