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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세상의 반응에 대한 반응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음에 실망이 아닌 용기를

by 모일자 Mar 19. 2025

기획을 하다 보면 사랑에 빠집니다. 하루 종일 생각나고, 매일 보고 싶고, 조금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나의 아이디어가 나의 기획이 나의 방향성이 특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획이 세상에 공개되면 즉시 변화를 일으킬 것 같습니다. 물론 때로는 반대에 부딪치면 어떻게 지라는 걱정도 합니다.


이러한 걱정마저 사랑으로 극복합니다. 기획이 세상에 공개할 때 우리는 열렬한 찬성과 변화 80% 반대에 대한 걱정 20% 정도를 기대합니다. 수십 명에게 메일을 보낼 때 특히 임원들에게 무언가를 보고할 때 전송버튼을 누르기 전에 긴장합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설명회를 하게 되면 긍정/부정과 상관없이 뭔가 난리가 날 것 같은 상상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마주하는 세상의 리액션은 무반응입니다. 아무런 관심이 없고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걱정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니까요. 때로는 세상의 반응이 없음에 실망했습니다. 기대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니까요. 때로는 세상에 혼자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고민해야 될 중요한 것을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 없다고 느껴졌으니까요. 어떤 노래의 가사처럼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것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기에, 나의 기획과 생각이 특별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기획자는 자신만의 특별함을 추구하고 어떤 부분에서든 독창성을 내비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과 독창성으로 세상의 빈틈을 메꾸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제는 내가 보는 채우려고 노력하는 빈틈만 돋보기로 클로즈업하는 것이 아니라, 광각렌즈로 멀리 떨어져 온 세상을 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너무나 크게 보였던 나의 기획은 어느새 하나의 점이 됩니다.


때로는 내가 던지는 작은 점이 역치에 다다른 세상과 만나 큰 변화를 일으킬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이러한 큰 변화는 사실은 역치에 순간에만 경험할 수 있는 이변에 가까운 매우 희소한 이벤트입니다. 반대로 세상에서 나의 기여는 작은 점이기에 특별한 변화와 반응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용기 낼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알기에 걱정을 덜 수 있습니다. 결과가 아닌 나의 행동 자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포기 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기획자는 항상 변화를 일으키는 상상을 하고 지금이 역치의 순간이라는 감각을 느끼며 기획해야 합니다. 지금이 나의 기획 한 숟가락이 더해지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순간임을 믿은 채 기획해야 합니다. 될 것 같이 노력하되 안됨에 좌절하지 않는 마음이 오랫동안 기획일을 할 수 있는 기초체력입니다. 포기가 아니라 인정을 전재로 마음껏 발버둥 칠 때 비로소 우리는 기획자로 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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