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진료실 이야기 07화
복날이면 이열치열 삼계탕집이 장사진입니다.
셔츠 앞을 꼬집어 털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닭뼈를 훑고 닭죽을 들킵니다. 때로는 인삼주까지~
뻘건 육개장도 땀범벅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땀에 흠뻑 젖어 식당을 나서면 저절로 한 마디 터집니다.
어~ 시원하다~
여름에는 이열치열이 최고지~~
암문~
열은 열로 잡아야한다잖아~
한방원리래~~
멋진 말입니다.
이열치열
근사한 한의학적인 원리로 보이지만
사실 여름철의 삼계탕이나 육개장에 적용되는 한의학적 원리는 이열치열이 아닙니다.
이열치열이란
한의학에서
이열공열(以熱攻熱)의 치법은 있지만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치법은 모호합니다.
이열공열(以熱攻熱) : 열로 열을 친다
이열치열(以熱治熱) : 열로 열을 다스린다
풀어쓰면 그거 그거같지만
이열공열(以熱攻熱)의 치법은
뜨거운 성질의 약으로 심한 염증상황을 개선시키는 방법을 말합니다.
약도 독한 약을 씁니다.
파두(巴豆),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 약입니다.
잘 쓰면 무서우리만큼 기가 막히고,
잘못 쓰면 폭풍설사로 고생 진탕하는~ 극단적인 약입니다.
말 그대로 극약에 속합니다.
10년에 1번 쓸까말까~하는 정도죠.
그리고 요즘은 다른 치료법이 많아서 굳이 쓰지도 않습니다.
이열치열의 연원은
그럼 왜 이열치열이라 하느냐?
이열치열이라는 말의 원류는
문헌적으로 거슬러 올라보면
조선왕조실록, 정조실록에 닿게 됩니다.
역적의 처단을 역적에게 맡겼었다~~라는 정치적인 비유의 표현입니다. (아래 링크)
마치 오랑캐를 이용해서 오랑캐를 치는
이이제이(以夷制夷)와 비슷한 표현입니다.
이런 대표적인 용어가 있으니 이열치열은 잘 쓰이지 않았죠.
하지만 영웅본색~
멋진 말은 절대로 사장되는 법이 없습니다.
삼빡한 표현에 굶주린
숱한 문객들의 펜끝을 갈마돌다가
시장통 욕쟁이 삼계탕집 할매의 귀에까지 전해졌을 겁니다.
이제는 뭐 거의 여름철의 관용어가 되었죠.
이열치열,
아니, 여름날 땀 뻘뻘 흘리며 먹는 삼계탕 육개장은,
사실은 한의학적으로 보면,
치한이열(治寒以熱)
= 즉 이열치한(以熱治寒)의 원리입니다.
(언어유희가 아니라 실제로...)
차가운 병은 따뜻하게 해야 낫죠.
자연의 이치입니다.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냥 1+1=2처럼 순리의 원리입니다.
여름철에 뜨거운 성질의 약을 쓰는 것은
身冷自汗者 以熱藥溫之 (신냉자한자 이열약온지)
땀은 나는데 몸은 차가운 자는 더운 성질의 약으로 몸을 데워줘라~라는 말인데,
고문(古文)에는 아주 기본적인 설명은 늘 생략되어 있습니다.
(한학을 하는 자의 기본을 감안한~)
설명을 다시 제대로 해보면~
땀이 찍찍 나는 환자가 왔어.
그런데 가만히 봐봐라~ 몸은 차가워~
그럼 뭐야? 땀 난다고 다 몸이 뜨거운 거냐? 아니다~
사실 몸이 차가운거야. 그럼 어케 해야돼?
차게 하면? 큰일나.
데워야겠지? 그거야~
냉장고도 없던 조선시대에도
지금처럼 찬 음식을 마음껏 먹지는 못했을 망정
여름철에 따뜻한 음식을 즐기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찬음식을 즐겨 먹으며
잠복된 냉기 때문에
여름 몸살 비슷한 상황이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냉방병 같은 상황입니다.
그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삼계탕이나 육개장의 원리인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은
이열치열이 아니라
차가워진 몸을 데우는
온보(溫補)의 원리입니다.
이열치한(以熱治寒)이죠.
여름철 차가워진 몸을
후끈 데워서
잠복된 냉기를 땀으로 뿜어내는
삶의 지혜였던 것입니다.
극과 극은 늘 통합니다.
이열치열이 진리라면
차가운 것으로 추위를 이기는
이한치한(以寒治寒)도 진리여야 하지만
한겨울의 냉수마찰은
천상 상남자에게도 합리적인 이유,
즉 강력한 동기유발이 필요한 행위거든요.
방송이면 몰라도 얼음깨고 입수~는
제발 누가 좀 말려줘~가 인지상정입니다.
각설하고~~~
이열치열이 맞니~ 안 맞니~ 고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여름에는 (특히나 곳곳이 냉방인 현대에는)
찬 음식, 에어컨으로
몸이 차가워지기 일쑤니까
냉한 몸을 후끈~ 데워서
땀을 뻘뻘 흘리며 한사(寒邪;차가운 병증)를 물리칠 필요는 있다~
라는 의미입니다.
굳이 복날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그리고 꼭 육개장이나 삼계탕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뜨거운 라면일 망정
여름에는
이따금씩 따뜻한 음식으로 속과 겉을 모두 후끈 데워주십시오.
그래서 나는 땀은
누군가에게는
보약만큼이나 이로울 수 있습니다.
복달임 시원하게 하시고
건강한 여름 나십시오~~
----
정조실록의 이열치열에 관한 글 링크.
https://www.itkc.or.kr/bbs/boardView.do?id=75&bIdx=31905&page=2&menuId=127&bc=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