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진료실 이야기 08화
이번 약은 데우지 않고 그냥 드셔도 됩니다~라고 말씀드리면
야호~
탄성이 울립니다.
각오를 하고 먹는 것이 보약이긴 하지만
매번 데워 먹기가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나 여름이라면
그 성가심은 2배가 됩니다.
따뜻한 국도 싫어서 시원한 오이냉국을 찾고
냉면 막국수 콩국수 쫄면 같은 찬 게 당기는 여름이니까요.
한약은 따뜻하게 데워 먹어야 해~라는 명제는 거의 불문율에 가깝습니다.
보약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생각되게 됩니다.
약을 지어드리면
복용 시간을 재삼 확인하시는 분은 계시지만
데워 먹어야 되죠? 라고 묻는 분은
30년간 열손가락 안에 꼽힙니다.
어쩌면 여름철에 보약을 꺼리는 이유가
땀으로 다 빠져나가니까~라는 오해보다도
맛있지도 않는 쓴 약을 ~
그것도 귀.찮.게 데워서 ~
먹기가 싫은 탓도 있습니다.
그런 차에
데우지 않고 드셔도 됩니다~라는 말씀은
흡사 툴툴대며 육중한 소파를 낑낑~ 치우다가
5만원짜리 지폐를 발견할 때보다
훨씬 더 깊은 감동을 전해 줍니다.
그런데 정말
보약을 차게 먹어도 괜찮은 건가요?
갸우뚱하게 물으시지만
사실 아직 한약의 복용온도차에 따른 약동학 연구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건 양약도 마찬가지입니다.
극히 일부 약물
ex) 카페인이나 아세트아미노펜이 따뜻한 물에서 흡수율이 조금 더 좋았다는 희소한 연구 이외에는
대개 일반적인 상식에 따릅니다.
찬물은 위의 배출을 늦추고 따뜻한 물은 소장으로 조금 더 빨리 내려간다~라는.
그런 연구가 사실 쉽지 않습니다.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in vivo 실험이 대체로 그러합니다.
각설하고...
생맥산.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여름철의 대표적인 처방입니다.
(단순한 처방 그대로 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각자의 고유한 체질과 몸상태에 따라 가미되는 약입니다.)
생맥산의 동의보감 원문을 살펴보면
水煎 夏月代熟水飮之 (수전 하월대숙수음지)
끓여놨다가 여름철에 숭늉대신 마셔라
~라고 쓰여 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차게 마셔도 된다~ 라는 의미입니다.
모든 약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여름 보약은 차게 드셔도 무방합니다.
한약은 대부분 데워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각자의 체질과 병증 습관, 현재의 몸상태와 생활 환경에 따라
그리고 약의 성질에 따라 이렇듯 때로는 차게 먹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습니다.
한약의 성질을 나누는 기준은 여러가지인데
기미(氣味)로 나눌 때
미(味)보다는 기(氣)쪽에 가까운 약들입니다.
위에서 보셨던 생맥산처럼
여름철에 쓰는 약들은 여기에 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약들이라면
여름철에는 굳이 데워드시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혹 여름철에 한의원에서 보약을 지으셨다면 꼭 물어보십시오.
"차게 먹어도 되나요?" 라고 말입니다.
약에 따라, 사람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일부 약을 제외하고는 아마 괜찮다고 할 것입니다.
올해 여름은 유단히 덥습니다.
사이다 콜라 수박 참외 냉커피... 보다는 맛이 없겠지만,
몸에 좋은 보약.
시원하게 드시고
활력 넘치는 즐거운 여름 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