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통계는 내가 만들어야 생기죠

by 캐나다홍작가


위인이 아닌 이상 내 통계는 내가 만들어야만 생긴다.

추측과 사실은 다를 때가 많다. 그러니 회사든 개인사업자든 자료 정리, 장부 정리를 하면서 일하는 거다. '그때 뭐 대~충 이랬던 거 같은데' 식으로 추측하며 일하다간 성공하긴 여럽다.


이런 장부 정리는 회사나 사업자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개인도 자기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관리하려면 장부 정리가 필요하다. 체계적인 자금 계획, 인생 계획을 잡으려면 내가 어땠고, 어떻고, 어떨지를 적어두고 참고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우선 자금 계획에서 기록과 통계는 기본 중 기본이다. ‘내 돈 한 푼도 허투루 쓰이게 두지 마라’ 이 조언은 부자들의 생활 팁을 알려주는 여러 책에서 공통되게 하는 말이다. 이 말처럼 한 푼도 허투루 쓰이지 않게 하려면 내 돈의 흐름부터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벌고 쓰고 모으고 불리는 자산관리를 잘하고 싶은 파이어족이라면 수입지출에 대한 정리, 소비 항목별 액수 정리, 매해 자산 증감액 정리 등을 하면서 내 돈의 흐름을 꿰고 있어야 한다. 내 돈이 어디서 어떻게 나가고 돌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어야 내가 돈 굴리는 방식을 정확히 평가하고 어떻게 더 낫게할 지 제대로 궁리할 수 있다.


요즘은 카드를 써도 소비 항목별로 통계가 쉽게 나온다. 앱으로 가계부 쓰기, 식단 기록, 생리 달력, 운동량 체크 등 여러 기록과 통계를 편하게 낼 수도 있다. 자신을 관리할 마음만 있으면 도움을 받기 참 쉬운 세상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가계부 쓰는 법이나 통장 쪼개기 요령 등에 대한 블로그 글이나 책도 많으니 필요한 분들은 더 찾아봐도 좋을 듯.


나는 수입 지출이 한눈에 들어오는 게 좋아서 해마다 커다란 탁상 달력을 구해서 칸칸이 표시해두고 그 아래 매달 평균도 낸다. 몇 달에 한번씩 중요 통계를 노트에 옮겨 적고 더 검토하기도 한다. 이렇게 내가 만든 내 통계를 바탕으로 단기 장기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는 데에 활용하고 있다.


앞서, 생활비 줄일 작정을 하고 조기은퇴를 감행해서 월 200만 원씩 덜 쓰고 산다고 밝혔다. 그때도 어떤 항목별로 얼마씩 쓰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되는 내 통계 덕에 뭘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던 거다.


통장 쪼개 쓰기도 이런 정리에 도움이 된다. 수입 통장에서 일부를 공과금 등 고정비 지출 통장으로 보내고 남은 것을 여윳돈 통장으로 보내는 등 여러 통장을 사용하면 관리도 잘 되고 통계내고 정리하기도 편하다. 고정비 지출은 어쩔 수 없지만 여윳돈 통장은 나 하기 나름으로 불어날 수 있으니 더 절약하는 동기도 된다.


벌고 모은 돈을 그냥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록도 당연히 필요하다. 어떤 이유로 투자해서 결과는 어땠는지 정리하고 다시 보면서 투자능력 성찰 노트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다 좋아는 보이는데 매번 기록하는 게 좀 귀찮을 거 같은가? 음... 맞다. 아니라곤 못 하겠다^^ 진짜 귀찮다. 초반에는.


그래도 한 반년쯤 하다 보면 익숙해질 거고 그 효과가 크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좋은 줄 알면 자연 히 계속하게 된다. 그러니 걱정 말고 시작해 보자.



꼭 자산관리가 아니더라도 기록의 장점은 많은 힘을 발휘한다.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 꼭 돈 관리만은 아니지 않은가. 자신의 어떤 부분을 잘 알고 싶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계획하고 싶다면 그 부분에 대한 기록을 만들어 두면 도움이 된다.


나도 정리해두고 도움받은 관심사들이 몇 더 있다.


우선 이민 전 수년간 한국 여러 지역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치를 정리했다. 이걸 시작한 당시에는 언론도 축소 보도가 많고 정부도 소극적이라서 나라도 데이터를 기록하고 기억하자는 취지였다. 정확하게 알아야 대처도 정확 비스무리하게는 할 테니까.


이 덕에 '미세먼지 그거 봄에만 잠깐 나쁜 거 아냐?'식의 느슨한 추측의 싹을 잘라낼 수 있었다. 12월부터 5월까지 반년이 나쁘다. '아 몰랑, 뭐 큰 문제 있겠어?' 식으로 모른 척하지도 않게 됐다. 수치와 빈도를 보면 도저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대책을 조사하다 결국 대책 없는 한국을 떠나 이민까지 와서 인생 터닝 포인트를 만들고 웃으며 산다. 기록 덕, 문제의식을 놓지 않은 덕이다.


한 십 년 전부터 하루 식단과 칼로리, 아침과 밤의 몸무게도 적고 있다. 다이어트 인생 N십 년 차, 얼마나 먹으면 얼마나 찌는지 궁금했다. 솔직히 이 통계를 활용해서 뭐 굉-장한 다이어트를 하고 살진 않는... 그래도 기록하고 정리하다 보면 ‘이번 달엔 라면을 5번이나 먹었고 그때마다 0.2~0.3kg씩은 불었구나, 튀긴 탄수화물에 짜니까 그렇지, 안 튀긴 거로 싱겁게 먹자’ 정도 생각이라도 들어서 건강관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더라.

연애, 인간관계를 하면서 느낀 중요한 점들도 기록하고 가끔씩 다시 본다. 연애 초기 환상에 빠져 쓴 일기와 이별 후 현타 넘치는 일기를 대조하며 읽다가 한참 웃기도 하고, 다음 연애에서는 전처럼 금사빠가 되어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진정 효과도 얻는다.


어떤 지인 모습에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를 기억하려 쓴 날도 있고 '이런 사람들 좋더라, 장점을 나도 흡수하자'는 걸 기억하려 쓴 날도 있다. 다시 보면서 나름의 인격수양과 성찰, 성격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파이어 운동을 하며 느낀 점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등을 일기처럼 기록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끔씩 그 기록을 다시 보며 파이어 열정이 더 강해지기도 하고 노력하는 자신이 기특해지기도 할 테니까.


유명인의 기록, 역사의 기록은 책과 인터넷을 뒤지면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내 통계는 내가 기록해야 생긴다. 이 기록은 나를 바로 보게 하고, 확신을 갖게 하는 힘을 지녔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기록의 이 합리적인 힘을 누리게 되면 좋겠다.


모닝 루틴, 커피 한 잔 하면서 주식 노트와 댄스 노트를 정리하는 중이다



캐나다홍작가 인스타그램 링크 : https://www.instagram.com/hongwriter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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