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년 제 투자 성적표를 공개합니다

by 캐나다홍작가


이십 대 초반부터 부동산과 주식 실전 투자를 했으니 시작은 아주 빠른 편이었다. 그런데 점수를 매기자면 지금까지 내 투자는 평균 60점밖에 안 된다. 하하하...ㅜㅜ 50점짜리 15년과 80점짜리 10년의 합이다.

단기간에 수십억 벌어 화려하게 은퇴한 사람도 아니면서 굳이 내 25년 투자 얘길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나처럼 투자 평균점수가 만만한 사람도 마음먹기에 따라 파이어가 가능하다는 걸 알리고

둘째, 돈 공부와 노력도 없이 투자성공을 바라던 철없던 내 투자 초기 15년과는 다른 길을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투자 인생 초기인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공부하고 연구하고 일하는 열정은 100점이었다.

가난으로 인한 복합적 고통을 많이 보고 자란 심한 흙수저 출신이다. 꼬마 때부터 공부하고 돈 벌고 성공하는 데 대한 열망이 어마어마하게 컸다. 대학 때부터 여러 개의 팀 과외를 다니며 등록금, 용돈을 해결하고 집안 생활비도 대기 시작했다. 대학 축제 때 유명 가수가 오든 말든 오후 세 시면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타고 2~3 군데씩 과외를 다니며 살았다.

그 뒤엔 입시학원 논술강사로 마흔 은퇴 전까지 일했다. 초반 몇 년은 돈 밀리고 떼먹는 학원도 있어서 고생을 좀 하다가 후반 십여 년간은 목동 유명 강사로 꽤 안정적일 수 있었다.

이렇게 공부하고 일하는 내내, 100만 해도 잘하는 상황에서 300을 노력했고 그 결과 200을 얻으면 만족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당시에는 그게 힘들거나 억울하다고 느껴지기보다는 내 힘으로 주어진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에 행복감이 더 컸다.


수입 지출을 꼼꼼히 기록하는 좋은 습관이 있어서 통계를 내보니 20년 동안 번 것의 약 55% 정도를 안 쓰고 모았더라. 거기서 이민비 빼고 부모 증여도 하고 남은 5억 정도가 내 은퇴 비용으로 쓰였다.

이 정도면 검소한 내 기준에선 나쁘지 않은 수치다. 일하고 아끼고 모으는 데까지는.

문제는 투자였다. 돈 번 인생 20년 중에 초기 십오년 정도 투자가 많이, 후졌다. 50점 짜리다.

대학 졸업 때쯤 과외로 모은 돈 2,500만 원 정도로 부동산 투자부터 시작했다. 돈만 소액 준비됐을 뿐, 부동산에 대한 상식은 거의 없이 덤볐다. 인터넷 초기 시대여서 좋은 정보를 찾을 만한 곳도 요즘처럼 많지 않았다.


저 돈을 시작으로 번 돈을 계속 보태가며 약 10년간 전세나 융자를 끼고 빌라 1번, 아파트 2번, 토지 1번을 사고팔았다. 결과적으로 여기서 생긴 차익은 거의 없다.

처음 샀던 빌라와 그걸 팔아서 산 아파트들은 경기 변동 때 마음이 급해서 단기간에 성급히 팔아치우느라 수익이 거의 없었다. 토지는 경매학원이 벌인 사기성 판매에 당한 일이라 손해가 좀 컸다. 사기꾼 강사도 나쁘지만 땅을 잘 모르면서도 큰 수익이 된다는 말에 돈을 건 건 내 잘못도 크다.

20대 후반 몇 년간 주식도 했는데, 역시나 멋 모르고 덤빈 탓에 많이 깨졌다. 투기 심리로 단타를 치다가 몇천을 날리고 오만 정이 떨어져서 주식을 십여 년 끊고 살았다. 주식 탓을 하고 끊을 게 아니라 내 무지를 탓하고 더 공부했어야 하는데, 지금 기준에선 참 아쉬운 선택이었다.

도대체 왜 저랬던 걸까? 왜 저리 깊이 없이 빈 열정만 넘쳤었나?

생각해 봤다. 가난해서 다 참고만 지내다가 드디어 내 손으로 돈을 벌면서 한껏 들뜬 기분이 됐고, 그 흥분 상태 그대로 투자까지 얕잡아 보고 오만하게 굴었던 거 같다. 침착하게 더 점검하고 열심히 투자 공부도 하면서 합리적으로 접근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방방 댄 거다.

이렇게 실패 경험이 쌓이다 보니 그 뒤에는 좀 더 정신을 차리게 되더라. 서른 중반부터는 부동산 매물을 보고 평면도를 살피는 걸 취미이자 습관으로 만들었다. 한 달에 두세 번씩은 잘 아는 양천구 목동 주변 곳곳에 매물을 보러 다니고 정리 노트도 만들었다. 당장 매수할 것은 아니어도 부동산들을 보며 장단점, 가격 등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목동에서 지은 지 10년 내인 주거 빌딩, 상가 빌딩들을 거의 다 살펴본 것 같다. 중개소 분들과 친해져서 괜찮은 매물이 나왔다는 연락을 빨리 받을 수도 있었다.

전처럼 성급하게 굴지 않고 좋은 투자다 싶을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게 됐다. 미리 조사해서 좋은 빌딩들을 찜해놓고 있다가 나중에 해당 빌딩에서 매물이 괜찮은 가격에 나올 때 매수하는 식으로 부동산 2개를 샀다. 거주했다가 이민 비용을 위해 판 주거용 오피스텔과, 지금껏 월세를 받고 있는 상가 점포다. 이자율 낮았던 당시에 대출을 바짝 받아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한 덕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은퇴 뒤인 지금은 재테크 공부를 열심히 하는 중인데, 그 덕에 너무 겁먹고 있던 예전 태도를 버리고 다시 주식을 시작하게 됐다. 부동산과 주식이 세상에서 상식적으로 통하는 투자 양대산맥인데도 한쪽에만 발을 걸치고 있는 게 영 아쉬웠는데, 주식 공부 덕에 용기를 냈다.

은퇴 후에는 수입이 적으니 주식투자에 큰돈을 넣을 수는 없어서 매달 월세 중 생활비를 쓰고 남은 소액을 적금 붓듯 모아서 한두 주씩 사 모으는 중이다. 한국 주식은 산 적이 없고 미국 주요 주식을 담은 ETF를 사놓고 공부 삼아 장기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수익률은 시기마다 들쭉날쭉하지만 평균 상 부동산보다는 나은 편이다.


이민 직후엔 주식보단 부동산이 더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한국적 투자 마인드가 커서 캐나다에서 작은 아파트도 하나 사서 임대주고 있다. 여기서는 콘도라고 부르는데, 시골이라 한국의 빌라 규모다. 캐나다 소도시는 집값이 워낙 싸고(30평 새 타운하우스 2억 전후), 시장가가 형성된 대단지 아파트가 없다 보니 매도자가 집값을 아주 낮게 부른 경우라서 싸게 잘 살 수 있었다. 대출 덕도 좀 봤다.


지역은 작은데 최근 들어 이민자가 많이 이주해 오며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서 잘한 투자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도 사실 사전조사를 꾸준히 한 덕이었다. 이민 전부터 해당 지역을 구글맵과 캐나다 부동산 앱(Realtor.ca) 등으로 꾸준히 조사하고 공부해둔 덕에 기다리던 건물에서 매물이 나오자마자 웃돈을 좀 주고 기회를 빨리 잡아챌 수 있었다.


서른 중반부터 은퇴 후 지금까지 10년간 한 이 투자들은 자체평가로 80점짜리는 되는 것 같다. 테슬라 붐, 비트코인 붐 같은 거에 엮이질 못했으니 100점에 가깝진 못하지만, 그래도 안정적인 80점이면 잘해왔다 생각한다.


투자 인생 25년, 평균 60점밖에 안 되는 투자 실력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공부하며 나아지고 있다는 점, 그러니 앞으로는 더 낫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를 품어보련다.




캐나다홍작가 인스타그램 링크 : https://www.instagram.com/hongwriter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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