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나다홍작가 Dec 15. 2023

칼럼 16) 반려식물과 함께 삽니다. 강요하진 않아요-

#비즈니스포스트 연재 칼럼 [워커홀릭, 마흔에 은퇴하다]   

  

(16) 반려 식물과 함께 삽니다, 강요하진 않아요

      

한국에서 살 때 비혼, 조기은퇴자, 프리랜서라고 하면 반려동물을 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강아지가 손이 많이 가서 부담스러우면 손 덜 타는 고양이는 어떠냐는 식 레파토리다.      


독거 가구가 행여나 심심할까 봐 좋은 의도로 권하는 말이었을 테니, 그냥 괜찮다 바쁘다 정도로 대답했던 것 같다. 구구절절 설명하다 보면 개인마다 인생 우선순위나 생활방식, 추구점 등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이해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상대가 굳이 서로 깊게 이해해 보자고 꺼낸 말도 아니었을 것이므로 흘려듣고 흘려 답하는 정도가 사교생활에는 편하다.  

   

규칙적인 책임과 희생을 기꺼이 감당하고 싶고 그 불편함보다 얻는 보람과 행복이 더 크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반려동물이 좋은 식구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희생이 있으면 보람과 행복이 크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개나 고양이 급 반려동물은 맞지 않는다.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 쉬울 리 없다. 반려 식구가 있으면 내 기분이 안 좋다고 며칠 모른 체 하고 내 안녕에만 몰두할 수 없다. 내 건강이 안 좋다고 반려 식구를 굶기고 배설물 처리를 함부로 해서도 안 된다. 규칙적인 관리, 계속되는 애정을 줄 수 있어야 생명을 기를 기본 조건을 갖춘 것이다.     

 

어른 간의 사랑이야 안 맞으면 헤어지면 되지만, 아이나 반려동물처럼 한쪽이 다른 쪽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관계라면 끝까지 책임질 각오가 더 커야 한다. 

     

이 크기를 제대로 알고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이 크기를 제대로 알고 피하려는 이들의 의사도 존중받아야 한다. 준비도 없이 덜컥 시작했다가 감당 못 하고 파양하거나 심지어 유기하는 것보다는 기르지 않는 것이 나은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해마다 유기되는 동물 수가 11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이 중 자연사나 안락사로 보호소에서 죽는 비율이 40% 이상이다.  

    

그럼 기르기의 즐거움은 다 포기하고 살 것인가? 내 손으로 정성 들여 무얼 키우는 재미와 보람을 다 놓치는 것이 아깝다면 대안은 있다. 적은 수고, 비정규적 노력으로도 가능한 반려 존재를 찾아보면 된다.  

    

(중략)

<요즘은 먹을 수 있는 식물들 위주로 수경재배하는 즐거움이 크다 –캐나다홍작가>

    

마흔에 조기은퇴를 하고 캐나다로 온 지 오 년 차, 지금은 여러 식물들을 기르고 있다. 각종 꽃과 관엽식물들을 키우다가 요즘은 먹을 수 있는 식물들을 재배한다.  

    

야외 발코니에서 여름에는 방울토마토나 딸기, 애호박 등이 자란다. 실내 수경재배기에는 쌈채소와 바질, 파슬리, 고수, 민트 등 각종 허브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요리 때마다 허브를 툭툭 따서 넣는 재미가 쏠쏠하다. 냉장고에 별다른 식재료가 없는 날은 상추나 케일을 따서 계란 후라이 하나 올리면 비빔밥이 완성된다. 민트는 줄기 채로 씻어서 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차로 마신다. 따서 말리고 볶고 하는 과정을 생략하니 허브차도 쉽다.


인터넷 덕에 각종 식물들 특성을 쉽게 찾아 노트에 적고 관리하는 테 참고하고 있다. 매일 관찰하고 물 주고 영양제 타 주고 잎 솎아 주는 등의 노력은 필요하지만 이 정도 노력은 물고기 길렀을 때 했던 공부나 수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축에 속한다. 적은 노력으로 큰 만족을 얻는 구조이니, 고생은 덜하면서 뭔가를 길러보고 싶은 이들에겐 맞춤이 아닐까 싶다.     


이런 화분들을 기꺼이 ‘반려 식물’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늘고 있다. 나 하나 감당하기도 벅차게 바쁜 한국 직장인의 생활을 고려하자면, 적은 수고로도 기르는 즐거움을 주는 고마운 존재에게 반려라는 높은 타이틀을 주는 심정도 이해가 간다.     

     

(후략)


경제지 [비즈니스포스트]에 실린 칼럼 전문 보기 : 



캐나다홍작가 인스타그램 링크^^  :  https://www.instagram.com/hongwriter2019/




매거진의 이전글 칼럼15) 달라지는 명절 문화, 명절증후군을 거부할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