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역사 속으로

잠시 쉬어가기, 그리고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by 사막여우

여행을 시작한 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혼자 한두 달씩 배낭여행을 떠날 때면 으레 일주일에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숙소에서 쉬곤 했었는데, 이번엔 2주라는 짧은 일정이다 보니 쉬는 날 없이 달려온 것 같다. 늘 지치지 않는 남편과 아들도 피곤해 하고, 나는 늘 피곤하고.


그래서 오늘은 쉬어가기로 했다. 오후까지 내내 숙소에서 쉬었다. 점심으로는 뉴욕에 왔으니 쉑쉑버거를 먹기로 했다. 마침 토요일이라 차 없는 거리로 변한 타임스퀘어는 길거리 음식과 기념품 수레로 가득찼다. 숙소 주변에 쉑쉑버거 매장이 여러 개 있다보니 구글지도를 보다가 헷갈려 조금 헤맸다. 힘들게 찾은 매장은 사람이 너무 많았고, 매장 내 테이블 좌석도 편해 보이지 않아 포장해 숙소에서 먹었다. 맛은 그냥, 서울에서 먹는 것과 같다.


저녁에는 지인과 약속이 있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을 가기로 했다.

20250726_174350.jpg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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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사진이 많았다. 입구의 주된 포토존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십년 전 뉴욕 여행 때만 해도 전망대 하면 당연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었다. 하지만 최근 뉴욕에는 더 높고 화려한 전망대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곳은 더 이상 뉴욕 최고층 빌딩이 아니다. 자칫 옛 명성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 속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새로운 돌파구로 '역사성'을 선택한 듯하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다양한 테마의 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2025_07_27_07_29_IMG_4868.JPG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엘리베이터 천장 영상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천장 스크린에서는 100여 년 전 빌딩 건설 당시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펼쳐진다. 마치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 시절 건설 현장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목적지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건설 현장의 소음이 들린다. 당시 상황을 재현한 영상과 인부들의 모형이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시각, 청각, 촉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연출 덕분에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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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공간 한편에는 영국의 자폐 천재 화가 스티븐 윌셔(Stephen Wiltshire)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2017년, 헬리콥터로 뉴욕 상공을 단 45분간 비행한 뒤 오직 기억력에만 의존해 5일 동안 그려낸 대작이다. '인간 사진기'라는 별명답게 뉴욕의 전경을 정밀하게 묘사한 대형 파노라마 작품 앞에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의 그림으로 둘러싸인 방에는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어, 창밖의 실제 풍경을 그림과 하나하나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평소 이런 섬세한 펜화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마침 함께 간 지인이 기념품 숍에서 그의 그림이 담긴 에코백을 선물해 주었다. 덕분에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나의 출근 가방으로 잘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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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86층 메인 전망대에 올라갔다. 요즘 유행하는 매끈한 통유리 대신 투박한 철망이 둘러쳐진 야외공간이다. 이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유리에 반사되는 빛 없이 뉴욕의 공기를 직접 느끼며 도시를 볼 수 있었다.

2025_07_27_07_49_IMG_4878.JPG 86층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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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망 너머로는 며칠 전 다녀온 최신식 전망대 '서밋(Summit)'이 보였다. 100년의 역사를 지닌 이곳에서 바라보는 최첨단 마천루의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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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102층 전망대에 올라갔다. 이 곳은 최근 새로 생긴 공간으로 추가 요금이 있다. 86층과 달리 전면이 통유리로 된 실내 공간이다. 공간 자체는 아담했지만, 더 높은 곳에서 360도로 펼쳐지는 뉴욕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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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인근의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에서 먹었다. 맛있는 뉴욕 스테이크를 먹으니 하루가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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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조명을 보며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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