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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원 Jun 04. 2020

특별연재3) 의료진의 딜레마: 이 환자를 살려야 할까?

모두에게 _ 특별연재3

 예상대로 코로나19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2020년 6월 3일 오늘,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49명으로 이중 48명이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였다. 감염자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젊은 사람들이고, 그중 대부분이 무증상감염자라는 특성을 생각해보면, 이번 수도권 집단감염의 전파력은 감히 ‘신천지’사태 때 보다도 더욱 강력할 것이다.


 하지만 진짜 때아닌 ‘마음고생’을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바로 슈퍼전파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이다.


 전공상의 이유로 필자 주변에는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활동중인 지인들이 많다. 의사, 간호사, 약사, 역학조사관, 의학통계분석가, 정부기관 종사자 등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어김없이 최전선에서 확진자들을 돌보고 있고, 긴박한 정부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폭풍의 2,3,4월을 견뎌내고 어느정도 안정이 찾아올 뻔! 했던 요즘, 의료 쪽 지인들이 필자와의 대화 중 이런 말들을 했다. 실제로 필자의 지인중에는 ‘대구’에 있는 병원에서 종사하는 분들도 여럿이 있다.


 “신천지 31번과 같이 감염사실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명을 감염시킨 전파자, 인천 학원강사 전파자 같이 거짓진술을 통해 여러 명을 감염시킨 전파자,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중 불필요한 유흥활동으로 집단감염을 촉발시킨 전파자 등을 치료할 때면 자괴감을 느낀다. 사람같이 느껴지지 않지만, 그냥 방치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치료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게 내 직업이니까. 그게 의료인의 숙명이니까.”


 이번 코로나19 사태때는 물론, 평소 일반적인 진료상황에서도 의료진이 처음 환자를 만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환자의 히스토리와 증상을 살피는 것이다. 그 과정 중 의료진으로서 아니 인간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히스토리를 가진 환자들을 자주 본다.


 이미 심각한 질병을 가지고 있음에도 과도한 음주나 흡연 등 건강에 독이 되는 행동을 일삼다가 실려온 환자, 문란한 성생활로 불특정 이성들에게 피해를 준 환자, 살인 등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직후 병원에 실려온 범죄자, 각종 보상금을 위해 다치지도 않았지만 아까운 병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타인에게 그리고 국가전체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전파자 등 듣기만해도 분노가 끓어오르는 각종 히스토리의 사람들이 병원으로 실려온다.


 하지만 의료진은 이 모든 사람들을 똑 같은 ‘사람’, 평등하게 치료해야 하는 ‘환자’로만 보아야만 한다. 의료진이 자신의 의료행위에 개인적인 ‘감정’을 싣는 순간, 한 사람의, 한 환자의 목숨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의료진의 이러한 원칙에 가장 큰 ‘마음고생’을 안기고 있다.


 그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모두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라도 빨리 끝날 수 있도록 조심 또 조심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도 현장에서 자신의 안전은 내어 놓은 채 환자를 위해 희생하는 의료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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