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거 하지 말어. 나중에 시집가면 다 해야 해. 미리부터 할 필요 없어”
친정엄마가 나에게 하던 말이었다. 자잘한 집안일은 누군가 안하면 태가 많이 난다. 크게 나눠보면, 음식, 청소, 빨래 등이다. 그래서 나는 하나도 할 줄 모르는 채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신혼초에는 아이들이 없으니, 요리가 2시간이 걸려도, 혼자 하다보면, 기다려주는 인내심 많은 성인남자가 기다려주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 1일에 많게는 6번까지(이유식시절) 먹는 아이를 먹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갑부집이 아닌 이상 위의 일들은 전업주부인 나의 몫으로 돌아왔다. 나를 대신해서 이 일을 하던 엄마는 우리 집에 없었다. 엄마의 말은 틀리지 않았는지, 밥을 차려도
“엄마 물” , 청소를 해도 “엄마 내 방도” 빨래를 해도 “ 엄마 이것도요”를 항상 듣고 살게 되었다.
물론 맞벌이 하는 집은 다른 풍경일수도 있다.
내가 전업주부로 집안일은 크게 나누면 3가지이다. 식사준비, 청소, 빨래이다. 이 어느 것하나 기계의 도움이 있으면 조금 더 시간 절약을 할수 있다. 가치 환산으로 계산해 보면 4인 가족 기준 전업주부의 연봉은 2800만원 정도라고 한다. 한달에 200만원 정도인 것이다.
이건 내가 살림을 엄청 잘하거나, 요리를 엄청 잘하거나의 기준이 아니고 그냥 평균치 이다.
나는 앞서 말했듯이 살림도 그냥 저냥이고, 요리도 먹을만하게 하는 정도이다. 각을 잡아서 빨래를 , 색깔별로 하는 유난쟁이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안일을 내가 안한다면, 남에게 맡겨야 한다.
요즘 도우미 이모님 반나절 부르는데, 6만원이라고 생각하면, 24시간 아이들 잠자리까지 재워주는 나의 연봉은 저렴한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런 일을 나만 알고 있으니, 남편도 아이들도 나의 손길을 무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나의 노고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족에게 알리기로
우선 큰 아이에게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일을 담당시켰다. 냄새나고 더러운 쓰레기라고 처음에는 거부하던 아이도, 나의 설명에 여름철이면 빨리 부패되는 음식물 쓰레기를 보고 이제는 자기가 버리겠다고 손을 들고 말한다.(물론 쓰레기 버리는 비용은 용돈에 붙여서 청구한다)
작은아이에게는 책상청소를 부탁했다. 매일매일 26장 이상의 A4지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라, 쓰레기 나오는 양이 어마무시한데, 그걸 정리하게 시킨 것이다. 아직 7세라 입을 여전히 삐죽거리지만, 오빠가 자기 방도 청소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리니 이제는 곧잘 청소를 한다.
남편은 원래 일하는 엄마 밑에서 자라서, 집안일을 쌓아 놓으면 뒷일이 어따ᅠ갛게 되는지 잘 알고 있다. 먹은 것도 바로바로 치우고, 분리수거도 잘하는 편이다. 이렇게 나의 일의 가치에 대해서 가족이 알게 되었을 때, 내가 하는 모든 일 하나가 더 의미있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