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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네 Oct 29. 2020

주부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을 바꿔봐요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흔히들 하는 이 질문에 보통사람들은 훌륭한 누구나, 멘토로 삼는 누구를 꼽을지도 모른다. 내가 인상 깊게 들었던, 대답중의 하나는 가수 이효리가 말하는 훌륭한 사람이었다. “누가 되긴 누가돼. 그냥 내가 되면 되지.” 이 말은 그 어떤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더라도, 그냥 내가 되면 된다는 소리였다.     

그냥 내가 된다. 말로 들으면 굉장히 쉬워 보이는 이 말이 , 인생에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지난 40년간 깨달았다. 그냥 나면 되는데, 다른 사람이 원하는 내가 되려니 힘들었던 거다.   

  

아이를 키우며 나는 자존감이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알게 되었다. 어린 아이들은 모두 자존감을 가지고 태어난다. 사랑으로 잉태된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라난다.    

 

이 사랑이 영양분이 되어, 아이에게 “너는 귀한 존재야”라는 사인을 준다. 부모 눈에 귀한 아이들이 앉고, 서고 걸음을 떼면 그게 그렇게 기특하고, 혼자 할줄 아는게 많아지면서 사람같아 지면 그게 또 그렇게 뿌듯하다.

    

이렇게 자기를 귀히 여기던 아이들은 친구들을 만나고, 학습을 시작하며 이 자아존중감을 잃어간다. 내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더 잘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비교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을 드러낸게 큰아이가 10살 때였다.     


큰아이 8살 때, 작은아이 3살 때 나는 유치원 영어강사를 하였다. 시간당 페이도 4만원이고 짧은 시간 (12시~2시)사이에만 일을 하면 되었기에, 일을 시작하였다.     


한번도 아이들을 가르쳐 본적이 없었던 나는 아이들을 앉혀놓고 연습을 했다. 노래도 듣고, 나와서 문제 맞추기도 하고, 단 20분의 수업 준비를 위해 아이들이 노래를 외울 정도로 연습을 한거 같다.  

   

단 1년여였지만, 이 교육이 사이드효과가 있었다. 큰아이 작은아이 모두 영어 발음이 좋아진거다. 그래서 그런지 큰아이는 남자아이 치고도 발음이 나쁘지 않고, 작은 아이는 아직도 영어를 좋아하는 편이다.  

   

3학년이 되어 시작된 영어수업시간이 미리 준비가(?) 되어 있었던 큰아이는 무척 쉬웠는지, 자신감에 차서 자랑을 하곤 했다.     

이렇게 자아존중감은 원래 내재되어 있다 없어지곤 하지만, 힘든일 어려운일이 생겼을 때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존중감을 잊고 사는게 주부인 순간이 많았다. 말 그대로 주부는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가는 안주인이라는 뜻이다. 주인이면 주인이지 안주인이라니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이 주부의 순간에 잉여인간이라 느껴졌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준건 내 어린시절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내준 나의 부모님 때문이다.   

  

40이 넘은 아직도 부모님 눈에는 어린아이처럼 보이는지, 걱정이 많으시지만, 그래도 무슨 일을 해도 너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씀해 주신다. 이 마음이 어른이 된 내게도 어려움이 와도 다시 일어날 용기를 준다.    

부모님이란 무조건적인 응원을 해주는 존재이지만, 그 이전에 먼저 만나는 존재가 나 자신이다. 세상 누구라도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 한명만 있으면 일어설수 있다고 하는데, 어른이 된 세상은 그리 호락하지 않다.    

 

가족보다도 먼저 만나는 나에게 여유로움을 선물하자. 내가 하는 일이 소소하고 사소해 보여도 이 가정주부의 일이 나의 아이들에게 힘이 되고, 남편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는 깨달으면 보람이 있을 것이다.


단 나를 갈아넣지 말고 할수 있는 만큼만 하자.     

집 청소상태가 유리알이 굴러가지 않아도, 모든 음식을 다 손으로 직접 하지 않아도, 될 만큼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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