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은 없지만, 재무, 교육, 인성 책임자에요.
“우와 *** 인성보소~”
큰아이가 동생을 보며, 양심 없다고 내뱉은 말이었다. 친구들 사이에서의 은어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나도 알고 있지만, 이걸 내 아이가 입에 담고 쓰는 문제는 다르다. 집에서 쓰지 않던 말들이 친구들을 만나고 오면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는 모양이다. 속으로 깜짝 놀랐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바르고 고운말을 쓰는것도 튈거 같아 내버려 두었다.
“엄마 이거 뭐에요?” 아이들이 흔히 하는 질문이다.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처음 물어볼수 있는 사람 가족내 에서도 많은 시간을 같이 하는 엄마일 것이다. 아이에게 처음 글을 읽어주고, 집에서뿐만 아니라,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처음 가르쳐 주는 사람이 바로 나다.
외벌이 가정에서 전업주부는 가정내 에서의 Control Tower이다. (요즘 젊은 아빠들은 더 잘한다는걸 10년차이 나는 동생을 보면 느낀다.) 아침부터 밤까지, 1일, 한달, 길면 10년 넘게를 아이들과 함께 한다. 이 길다면 긴 시간동안 나는 아이가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을 가르쳐 준다.
아이의 인성은 가족의 분위기와 부모를 보고 배운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부가 처음 서로에게 책을 써보자 . 화두를 던지고, 기획서를 작성하고, 글을 쓰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보던 아들도 , 어느 주말부터, 시간을 교대로 커피숖에 가서 글 쓰는 시간을 허락하는걸 보더니 질문했다. “엄마 아빠는 무슨 글을 써요?” 어떤 글을 쓴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이해한 표정이었다.
아이들에게도 글을 써서 책을 내게 된 부모가 신기했나보다. 이처럼, 아이의 최전선에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릇이 되는 게 부모가 할 일이다.
크게는 인성에 대한 부분도 학교보다도 가정에서 먼저 배우게 되고, 교육도 요즘 코로나로 집에 있다 보니, 이것도 부모의 역할이 크다는 생각이다. 큰아이는 다행이 책을 좋아해서 혼자 있어도 책을 읽는 편이지만, 그림 그리는걸 좋아하는 둘째는 매일밤 내가 곁에서 책을 한권이라도 읽어줘야 읽는 편이다. 교육의 기초공사는 결국 집에서부터라고 생각한다.
학교에 가기 전에 기본적으로 50분은 앉아 있을수 있는 인내심. 선생님의 말씀을 귀기울여 들을수 있는 집중력. 사회적 규범을 따를수 있는 도덕성 등등 말이다.
나는 엄마로서 이 모든걸 아이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기본을 배워야지 그 뒤에 배우는 모든 지식이 모래성이 되지 않는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자, 우리집의 재무상태를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뇌의 호르몬이 우리집과 다른집의 경제적 상태가 다른것에 대한 궁금증을 내보내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아빠의 월급은 얼마인지, 어떤일을 하는지 말이다.
그래서 쉬는 일요일에 아빠의 회사에 가서 일하는 자리도 보여주고, 어떤 일을 하는지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월급에 관해서도 4학년 이후부터는 자세히 말해주는 편이다. “넌 몰라도 되.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해 ” 이런 재무교육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부모님은 저렇게 교육시켜 주셨다. 그래서 몰랐다. 우리집의 재정상태가 어떤지를. IMF때 부도를 맞은 우리 가정은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자녀들에게는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으셨다. 어떤 의미로는 얼마나 힘드셨을지, 죄송하고, 티를 안내고 그 전과 같은 생활을 유지하느라 노력하신 부모님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나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이치를 아는 나이가 되면, 우리집의 경제상황이나, 재무에 관한 사실을 알려줄 계획이다. 모든 걸 잘 해내는 어른의 모습 뒤에는 그만큼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걸 아이가 이해할 나이에는 알려주자.
세상에서 상대방을 설득하기 가장 쉬운 길은 숫자로 알려주는 길이라 그랬다. 아이에게도 숫자로 알려줄 예정이다. 그래야지 본인이 하는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질수 있는 사람으로 자랄수 있다는 생각이다.
자격증은 없지만, 나는 가정에서 이런 중요한 자녀들의 인성, 재무 기초교육 담당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