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네 Apr 01. 2021

오래 좋아하려면


딸아이가 처음으로 피아노를 배우러 갔다. 동네 엄마에게 몇해 전 얻어온 피아노는 소리도 잘나서 유치원시절 장난감처럼 가지로 놀더니, 이제는 진짜 선생님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딸의 요청이 있었다. 바야흐로 독학의 시대이기에, 학원을 가기 전 피아노 독학 하는법을 검색과 함께 시도도 해보았다. 유튜브도, 심플리 피아노라는 앱도 시도해보았지만, 생각보다 음악을 알지 못하는 엄마가 지도하기엔 버거웠다.(나는 예전에 피아노를 어찌 체르니40번까지 쳤었는지) 어쩌면 12시 30분에 하교하는 아이를 조금 더 늦게 집에 오게 하고 싶은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선배맘들이 피아노는 손모양이 중요하므로, 손모양이 잡힌 다음에 혼자 연습을 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피력해주었다. 동네 피아노 학원 몇 군데 전화를 돌려보고, 시간 맞고 유선 상으로 가장 열정적인 상담을 해준 학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하교하면서부터 피아노 노래를 부르는 아이의 발걸음이 가볍다. 아이를 뒷모습을 보다 내가 처음으로 피아노를 배우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 유치원생이었을 시절, 아파트 동네 어느 아줌마네 집에서 피아노를 시작하였다. 그 집에 가면 항상 달달한 율무차를 타 주셔서 그걸 먹으러 다녔다. 유치원생에게 율무차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우리 엄마도 아이가 셋이니 한명이라도 어디에 잠시 보내려고 사교육을 시작 한 게 아닌가 싶다. 35년도 전인데 유치원생 피아노를 시작한걸 보면.   

     

1시간의 체험 수업이 끝난 후 아이는 밝은 표정으로 연습실에서 나오며 나에게 오늘 배운 피아노를 들려주고 싶다고 하였다. 왼손 오른손 음표를 보며 그래도 따라 치는게 대견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너무 재미있었다며 내일이 기대된다고 한다. 역시 피아노를 선택하길 잘했다며 내심 자기의 선택을 즐거워하였다.     

아이들에게 학원을 선택 하는 것도 하나의 자유다. 이왕 다니려면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가라고 하는 게 보내는 엄마나 가는 아이나 좋을듯해서 나는 아이에게 선택권을 준다. 물론 2~3 군데 정도 물색해서 그 중에서 고르게 한다. 자발적 선택은 인간의 자유권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피아노를 왜 선택했냐는 물음에, 내가 모르는 노래를 배울수 있어서 좋았다는 딸의 대답에 배움이 즐겁다는 느낌을 안다는게 기특했다. 


어린 아이 조차 내가 그냥 좋으니까 라는 말을 할수 있어야  조금이라도 오래 좋아 할 수 있지 않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