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다끄적
저기 저 앞에 반팔을 입은 사람이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날씨가 참 많이 풀렸다. 그렇게 어느 날의 하루처럼 퇴근길을 걷는 평일에, 내 기억의 향이 코 끝으로 들어왔다.
어린 시절 앞장 서던 할아버지의 걸음이 너무 빨라 따라가지 못했던 나는, 그때 같은 길 위에서의 걸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다.
갑자기 찾아온 기억의 향은 나를 20년 전으로 데려가 주었다. 지금의 내가 그때로 간다면, 한달음 뛰어가서 할아버지 손을 잡았을 텐데.
기억의 향은 그저 그리움이 가져왔던 것일까,
조금만 더 걸으면 그 향기는 나를 20년 전 그때로 데려다줄 것만 같아서, 조금만 더 걷고 싶은 그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