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날입니다
[단편소설] 쥐, 전지영 을 읽고
안녕하세요. 가만히 쌓이는 눈처럼 기분이 차분해지는 밤입니다.
오늘은 소한입니다. 스물네 개 중 스물세 번째에 위치한 절기인 만큼 제가 사는 동네에는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니 하룻밤 사이 꽤 많은 눈 또는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새해 이후 첫 주말이니만큼 추위와 미끄럼길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202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쥐]를 읽었습니다. 2관왕을 달성한 전지영 소설가의 작품입니다. * 자세한 줄거리는 직접 읽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작품은 제목과 작가명을 검색하시면 해당 언론사를 통해 쉽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짤막하게 소개해보자면, 이야기는 해군 관사 단지에 살고 있는 여성의 시선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평소보다 일찍 복귀한 남편과 그것의 뒤에 있는 문제의 사건(군 함정과 민간 어선의 충돌 등), 소문을 입에 담으면서도 불안해하는 관사 단지의 여성들, 죄책감에 일을 그만두는 사람과 그를 외면하고 타부대로 이동하는 남자들, 아파트 단지 내를 활보하는 쥐와 쥐 사냥꾼'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작가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초점을 뒀습니다. '쥐'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는 분명해서 그 존재감으로 공포, 두려움, 불안을 생산하는 것이 주요 화두로 읽힙니다. 그것은 여러 상황을 통해 드러납니다. 초인종이 울렸지만 문을 열었을 때 아무도 없었던 집 앞에서의 상황, 화자가 나타났을 때 갑자기 대화가 침묵이 되었던 분수대에서의 상황, 쥐 소리는 들렸지만 두려움에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던 부엌에서의 상황 등등...... 그리고 쥐를 잡기 위해 만들었던 구멍과 그 속에서 솟아오르는 불기둥 속에서 쥐가 한 마리도 튀어나오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보이지 않는 것, 불안과 공포, 두려움을 넘어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감정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다 마침내 진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모의 말로 그 모든 것들이 엮입니다. 우리는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생각보다 많은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요. 어쩌면 외면을 통해서 대다수는 불안을 속으로 속으로 끊임없이 욱여넣고, 그 자리를 가짜 행복으로 채워 넣는다는 것을요. 또 일부는...... 죄책감에 외면과 괄시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꿋꿋이 살아간다는 것을요.
이 소설은 동시에 재미있습니다. 캐릭터들의 개성이 돋보일뿐더러 묘하게 중의적인 말로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그래서 끝에 도달하면서도 저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사담을 잠시 덧붙이자면, 최근의 저는 인권에 관심이 많습니다. 관련 매거진도 찾아보고, 책을 탐독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새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권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을 외면하거나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존중하고 그것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고요. 이 글을 읽는 독자님께서는 무슨 생각을 갖고 계신지요. 이 물음과 선행된 말이 독자님과 다른 시선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다만, 어떠한 사실을, 어떠한 움직임을 오해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바라보지 않는 것들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문학에는 있다는 말도 포함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소개드린 전지영 소설가의 [쥐]는 제게 그런 힘을 북돋아주었습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 이곳은 여전히 눈이 내립니다. 적다 보니 자정을 넘겨버렸네요. 어찌 됐든 소한의 밤, 소소하고 한적한 밤 편안히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