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 쉬고 있는 것에 대한 무한 감사함
2주 전 나의 생일이 있었다.
아침부터 남편과 아들의 하이텐션 축하인사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했다.
하루 종일 지인들의 축하를 받고 가족들과 보통의 날과 다른 저녁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문득 다른 사람들은 생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생일 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매년 하루 어김없이 맞이하는 날이라고 하더라도 그 의미는 각자의 경험에 따라서 다를 것 같다.
나를 포함하여 대다수의 사람들은 1년 중 단 하나뿐인 생일을 특별한 날로 여긴다.
다른 날보다 더 멋진 공간에서, 더 예쁜 옷을 입고, 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더 행복하게 지내는 날로 보내고, 그러려고 노력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특정 해의 생일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돌, 환갑, 칠순....
지금도 젊지만 더 젊었던 2-30대의 나는 친구와 365일 중 단 하루인 그날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했다.
생일날에는 누구를 초대하고, 어떤 음식을 먹으며, 어떤 놀이를 하고, 어떤 여행을 할지...
작년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계획을 세우며 유난스럽게 보냈던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어도 기억에 남는 생일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 날만큼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나의 감정 한오라기 까지도 완벽히 기쁜 날로 만들려고 했다.
나는 참 유별나게 생일을 그렇게 나를 중심으로만 특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아이를 낳고 내가 엄마라는 역할을 가지고 나서 나에겐 생일이 갖는 의미가 달라졌다.
가장 먼저 '생일' 단어를 떠올렸을 때 생각하는 이미지부터 달라졌다.
지금은 생일 하면 생일파티, 특별한 하루 이런 것보다 이젠 부모님이 생각난다.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 생일이란 것을 맞이할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이 떠오른다.
내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건 나의 자유의지가 아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어머니가 만나시고 자녀를 갖기로 결심하고 책임과 소임을 다하기로 했기 때문에
나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다.
엄연히 말하면 내가 태어난 날은 두 분의 사랑이 '자녀'라는 결실을 맺은 날이다.
그리고 여자로서 출산을 해보니 어머니의 10달과 산고가 생각난다.
산고의 고통 짐작이 되는가? 그 고통이 얼마나 큰 지 생일을 '귀 빠진 날'이라고도 부른다.
출산을 할 때 아이의 머리가 나오는 순간이 가장 힘들고 머리 중에서도 귀 부근이 가장 굵기 때문에 이출일(耳出日)이라고도 한다.
얼마나 아팠으면 '귀 빠진 날'이라는 단어까지 생겼으랴..
그런 의미에서 생일은 나의 날이기보다 어머니의 날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저출산이야기가 참 많다.
나도 워킹맘으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게 정말 산 넘어 산이다.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몸소 체감한다.
이런 사회적 환경 영향으로 내가 어렸을 때보다 아이 낳지 않고 둘이 알콩달콩 잘 사는 것을 택하는 부부가 늘어나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태어나는 사람들도 적고 살아있는 사람들도 소멸하니 세상에 존재하는 생일이 감소하고 있음에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이 시리다.
고생과 함께하는 인생이라지만 요즘 내가 이렇게 세상에 태어나 많은 경험을 하고 살아갈 수 있게 해 준 우리 부모님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그 경험들이 좋든 나쁘든, 내가 원해서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생일날, 세상을 열심히 살고 있는 나를 격려하는 의미로 시간도 너무 중요하겠지만 부모님께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화 한 통 드리는 게 어떨까?
내가 부모님에게 드리는 이 전화 한 통의 선물이 내가 받는 그 어떤 물질적인 선물보다 내게도 가장 멋진 선물과 축하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