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를 쓰려고 했으나...
대부분 뜬금없다는 반응입니다.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표와 그래프를 붙여가며 설명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꿋꿋이 이미 포스팅한 글은 남겨놓겠습니다.
하지만, 후속 글로 계획하고 있던 추가적인 주식 관련 글은 남기지 않으려 합니다.
저는 고집이 셉니다. 꽤나 긴 시간 부인해 왔으나 몇 년 전부터는 쿨하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최측근이 아닌 사람들은 그저 상냥하고 야리야리한데 어떻게 회사를 운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잘못 알고 계신 겁니다. 말을 공손하게 할 뿐 고집스럽습니다. 원하는 바를 잘 밀어붙입니다. 본인의 생각이 옳다는 잘못된 판단으로 주변의 옳은 소리를 못 들을 때도 많을 정도로 독불장군입니다.
그래서 (주변의 뜬금포란 반응에도) 비전문가의 기록을 남겨놓겠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관심이 없을 때 친한 누군가가 '연금저축을 들어야 한다, 혜택이 이러저러하다, 노후를 위해 장기투자를 계획해야 한다, 당장 시작해라...' 등을 말했다면, '응, 알았어'라고 대답만 하고 저는 흘려들었을 겁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세히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여느 때라면 말입니다.
스스로 알아보고 확인하고 확신을 갖고 나니, 이렇게 주변에 알리고 싶어 집니다. 어떻게 이걸 모를 수가 있었을까 바보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나도 이제야 알게 됐으면서 주변에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답답해합니다.
새언니에게 연금저축, 국내주식, 해외주식에 대해 순차적으로 설명할 때, 고2 조카도 함께 있었습니다.
조카의 계좌도 만들어 달라고, 앞으로 용돈은 본인이 좋아하는 주식으로 주겠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그리곤 장황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고모는 사실 이제야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당연히 알아야 되는 거라고,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변에 알리고 있지만, 받아들이는 건 각자의 몫이겠지.
고모가 20년 전에 알았다면 삶에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10년 전에 알게 되었다면 지금의 내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며 한 길을 걸어온 20여 년의 시간이 흘러, 그래도 전문가라고 불릴 만큼의 내가 된 후에 그리고 절제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이제야 알게 된 걸 정말 다행이라 생각해..."
몇 년 전부터 사회학을 전공하겠다고 진로를 정한 조카가,
인권과 평등의 이슈에 관심을 갖는 나의 사랑스런 조카가,
자신의 주관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갈 뜨거운 가슴의 조카가,
고모의 짧은 재테크 강의로 흔들리지는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연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유튜브로 배운 금융이지만, 수많은 실패와 피해사례도 함께 접하게 되었습니다.
관심 없던 누군가가 자신의 원칙을 세우기도 전에 게임처럼 빠져들어 절제하지 못하고 중독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고 하니, 성인이 아닌 조카들이 행여 오해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특히, 매일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유리멘탈 K를 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K는 몇 년 전부터 비트코인을 하고 있습니다. A에게 자주 얘기를 꺼내지만 A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최근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캡처한 그래프가 날아옵니다. 난리가 났습니다. 이런 조울증이 없습니다...
주식시장은 개장과 폐장이 있지만 비트코인은 24시간 쉬는 날도 없다고 합니다. 자다가도 중간중간 눈을 뜨고 핸드폰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그래프를 하염없이 보고 있다고 합니다.
며칠 전 K는 앱을 삭제했습니다. 오랜만에 중간에 깨지 않고 깊은 잠을 잤다고 합니다.
주축이 되는 나의 삶이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선택의 문제입니다.
자신의 성향에 맞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누구도 대신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책임져야 할 삶입니다. 나의 지금과 오늘이 소중하고, 나의 노후가 평안하길 바라며, 오늘과 다가올 날들에 삶의 작은 성취도 함께였으면 좋겠습니다.
알고 안 하는 것과 몰라서 못하는 건 다른 얘기이기에,
한국이 '금융문맹국'은 아니었으면 좋겠기에,
작년 5월부터 설파한 비전문가의 강의가 주변 몇몇에게 도움이 되어 고맙다는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좋기에,
비전문가가 조금 알게 된 팩트와 길지 않은 시간의 기록을 남겨 잘 모르는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했을 뿐입니다.
그래도, 이제 주변 말도 좀 듣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기에 주식관련 후속글은 여기서 멈춥니다. ^^
"욕심의 반대는 무욕이 아닌, 잠시 내게 머무름에 대한 만족입니다." _ 달라이 라마
by 엔젤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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