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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어라운드 Aug 22. 2024

아이도 돌봐주는 제주도 고깃집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 만나기


제주 여행을 처음 계획했을 때, 나는 아주 단순한 소망이 있었다. 그저 한 달 동안 회사도 어린이집도, 모두 잠시 쉬고 싶었다. 그 시간 동안 부모와 아이가 온전히 정서적 유대를 쌓는 시간을 가지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시작해 보니,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그리고 그 인연 속에서 생기는 예기치 못한 일이나 몽글몽글한 감정이 좋았다. 그래서 더더욱 낯선 환경에 아이와 나를 놓아두고, 그 안에서 생각지 못한 만남을 기대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 돌봄 고깃집


아이를 데리고, 금능 해수욕장을 다녀온 날이었다. 금능 해변에서 탄 투명 카약은 생각보다 재밌진 않았다. 다만 금능 해변은 그 자체로 너무나 좋아서, 물장구치며, 모래 놀이하며 한참을 놀다가, 저녁 즈음에야 숙소인 서귀포로 돌아오게 되었다.


해변 놀이가 힘들었던지, 아이는 돌아오는 차에서 기절하듯이 잠을 잤고, 나는 손으로 뺨을 때려가며 애써 잠을 쫓아냈다. 그리고 차가 중문으로 들어설 즈음, 몸이 너무나 피곤하여, 이대로 집에 도착하면 저녁 차리는 것도 쉽지 않겠다 싶었다. 아이가 깊게 잠들어, 깨우면 또 난리가 날 것 같아 걱정스러우면서도, 아무래도 저녁을 먹고 들어가야겠다 결정했다.


잠깐 차를 세워 중문 지역의 음식점을 검색했다. 몸은 피곤하고, 음식점은 너무나 많았다. 수많은 맛집 추천 가운데, 아이와 함께 가도 좋은 음식점을 검색했다. 그중 눈에 들어오는 제주 흑돼지 구잇집을 가기로 결정하고, 곧 음식점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이는 쉬이 깨어나질 않았다. 더웠던지 이마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갑자기 바람 쐬면 감기 걸릴 새라, 손수건으로 땀을 연신 닦아주며 아이를 깨웠다. 잠에 취한 얼굴로 가늘게 눈을 뜬 아이에게,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목소리로,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는 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일 중 하나다) 음식점에 도착했다고, 저녁을 먹고 들어가자 했다. 아이는 다행히 짜증을 내지 않고, 비몽사몽으로 나를 따라나섰다.


계단을 올라 음식점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았다. 폴딩도어가 활짝 열려 있어, 녹색 정원을 보며 바람맞으며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운치 있는 자리였다.


아이는 얼굴이 멍한 것이 잠이 아직 덜 깬 모습이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본다. 그리고 그 사이 불판에 고깃집 주인분이 불판에 고기를 올리고 구워주시기 시작했다.


이 음식점의 첫인상은 사실 그렇게 좋진 못했다. 어디에 앉아라 하는 안내도 없었고, 고기를 구워주며 그리 친절하지는 않은 말투로 한 마디씩 던지는 주인분의 모습에, ‘괜히 여기로 왔나?’ 속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집게와 가위를 하나 더 달라고 하여, 먹기 좋게 고기를 작게 잘라서 접시에 담아 아이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아이는 자다 일어나서 그런지,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시선이 자꾸만 밖으로 향했다.


밥을 반쯤 먹었을 때. 아이는 좀이 쑤셨는지, 열린 폴딩도어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왔다가, 장난을 시작했다. 정원에서는 한 아주머니와 아이 두 명이 뛰어다니며 재미있게 놀고 있었는데, 이 또한, 아이의 관심을 자극했다. 아이는 조금씩 아빠 눈치를 보며 행동반경을 넓히더니, 이제는 정원까지 뛰어갔다가 돌아온다. 나도 반쯤 포기했다.


“나갔다 오면 한입씩 먹는 거야~”


하고 타협안을 제안했다. 아빠의 허락에 신이 난 아이는, 입에 고기와 밥을 한 움큼 물고는, 정원에서 뛰어다니며 놀던 아이 두 명과 아주머니 무리에 합류했다.



근처로 다가와 쭈뼛쭈뼛 눈치를 보며, “저도 같이 놀고 싶어요…”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아이의 모습에, 아주머니가 흔쾌히 무리에 끼워주셨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또 아이의 흥겨운 돌고래 소리가 주위를 울렸다. 그 틈에 나는 고기를 공략하고 있는데, 옆에 주인분이 와서 또 툭하니 말을 던진다.


“애 노는 사이에 좀 드세요. 계란찜도 서비스로 가져왔어요.”


갑자기 마음이 뭉클해진다.


“저기 있는 사람 저희 언닌데, 저희 집 애들이랑 놀아주고 있는 거예요. 놀게 하고 좀 드세요.”


아이고, 사장님. 죄송합니다. 이렇게 천사 같은 분이신 걸 몰라보고, 첫인상이 어떻느니 했으니… 그렇게 나는 오래간만에 여유 다운 여유를 누리며, 남이 구워줘서 더 맛있는 고기를 맛있게 먹었고, 아이는 음식점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저녁 시간을 즐겁게 뛰어놀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헤어질 때, 아이가 이모님(?)을 꼭 껴안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한마디를 한다.


“이모, 다음 주에도 또 올게요!!”

(이모님이 다음 주나 돼서야 오신다는 말을 듣더니 한 말이다.)


누가 보면 몇 년을 알고 지낸 사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친화력이란, 정말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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