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뀨어라운드 Aug 28. 2024

킥보드는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야

우리 집 킥보드는 관상용이었다.


아이가 2살 때 킥보드를 샀다. 무려 바퀴를 굴리면 빛이 반짝 반짝이는 현란한 킥보드였다. (이름도 거창한, 21세기 스쿠터) 그런데 아이가 타지 않았다. 킥보드 탓인가 싶어, 앉아서도 탈 수 있는 조금 비싼 킥보드를, 당근으로 구매했다.(중고도 5만 원이 넘는 비싼, 그 이름하여 스쿳앤라이드)


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잘 타지 않았다. 놀이터로 나가서 킥보드를 손에 쥐여주면, 한두 번 굴려보다가 잘 안된다며 인상을 썼다. 그리고 쪼르르 미끄럼틀로 달려나가곤 했다. 그렇게 아이의 킥보드는 현관 구석에 처박힌 채, 꽤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했다. 당근으로 샀던 킥보드는 재당근을 했고, 남은 킥보드 하나는 혹시 하고 남겨뒀다.


그랬기에, 다른 아이들이 킥보드를 타고 쌩쌩 달리는 모습을 보면, ’왜 우리 아이는 킥보드를 안 좋아하지?‘ 하고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성향상 이런 놀이를 안 좋아하나, 혹은 조금 어려운 과제를 쉽게 포기하는 성향이 쌓여가는 걸까 싶었다. 만약 후자라면, 어떻게 하면 인내심을 가지고 해내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다.


그렇게 아이는 5살이 될 때까지 킥보드를 즐기지 않았고, 놀이터에 가지고 나가도 한번 타고는 어렵다며 내팽개치기 일쑤였다.



킥보드는 몸으로 배우는 것


서귀포에 위치한 두 번째 숙소의 마당에는, 주인 할머니 손자가 가끔 제주도로 내려와서 타던, 낡은 킥보드가 있었다. 그리고 아이는 마당을 지날 때마다, 이 킥보드를 조금씩 집적 거렸다. (그러다가 유아용 붕붕이에 올라타곤 했다)


그러다 마침내 대문 밖으로까지 가지고 나와서, 타보기를 시도했다. 목표는, 우리가 자주 가던 10분 남짓 거리의 소금빵집.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비틀비틀 꽈당. 넘어지고 만다. 그리곤 잘 안된다며 괜히 아빠에게 화를 낸다. 실패다. 아이가 타다 내버린 킥보드를 질질 끌며 빵집까지 갔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 아이는 마당에 세워둔 킥보드에 또 다시 집적 거리기 시작했다. 마당 안에서 살짝 살짝 밀며 타보더니, 또 다시 대문 밖으로 킥보드를 끌고 나온다. 그러더니 얼마 못 가서 또 비틀비틀. 꽈당. 그 뒤에 자연스레 따라오는 건 '짜증'이다. 그래도 이번엔 좀 더 멀리 갔다.


“원래 킥보드는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야”


나는 아이를 격려했다. 그러한 상황이 몇번 반복되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아이는 집에서처럼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넘어지더라도 스스로 좀 더 해보겠다며, 킥보드의 손잡이를 놓지 않았다. 얼굴은 울상을 지으면서도 "해볼게!" 를 외쳤다. 그렇게 아이는 더 더 먼 거리까지 킥보드를 타고 나아갔다. 그 멀고 멀었던 소금빵 집까지도 한번에 달려나갔다.


그리곤 돌아오는 길은 힘들다며 아빠 보고 들라 했다. 근데, 그건 반칙이지.




이전 18화 친구는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