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살기를 하면서, 제주 경마 공원(렛츠런파크 제주)을 방문했다. 말타기와 말먹이 주기 외에도,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빌려서 탈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곳이었다. 평소에 아이에게 자전거를 사주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됐다 싶었다. 킥보드처럼, 자전거를 사 놓고 타지 않으면, 속이 쓰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곳엔 마차처럼 생겨서 여러 명이 같이 탈 수 있는 가족 자전거와 보조바퀴가 달린 어린이용 자전거가 있었다. 처음엔 가족 자전거만 타보자던 아이가, 자전거 타는 또래 친구와 형 누나들을 보더니, 자기도 타고 싶은 눈치였다. ’좋았어, 한번 타보자!‘ 내심 좋아하며 안장에 앉혀줬지만, 한편으로는 긴장이 올라온다. 과연 이 녀석이 좋아할지…
짧은 다리를 휘저어 페달을 밟아보는데, 두 손은 핸들을 제대로 잡고 있지 않으니, 자전거가 휘청 휘청였다. 휘청이는 자전거 위에서, 아이는 긴장하여 짜증을 부린다. 아빠는 아이가 끝까지 해냈으면 하는 마음에, 잘한다 잘한다를 연신 외쳐댔다.
그 덕분인지, 아이는 생각보다 오래 자전거 타기에 집중했다. 보조바퀴가 있어서 넘어질 일도 없는 안전한 자전거이련만,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아가는 동작 자체가 아이에게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조금씩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자, 아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인상을 쓰면서도 노력을 했다. 꽤 긴 거리를 달리고 멈춰 서고, 달리고 멈춰 서고를 반복했고, 익숙해진 아이는 이제 좀 더 어려운 미션까지 스스로 부여했다.
“아빠! 자전거 앞쪽에 서 있어! 그럼 내가 가다가 멈춰볼게!”
이건 좀 무서웠다.
달려오더니 끼익 멈춰 서는 놀이를 한다. 띠링 띠링 종을 울리는 것도 해본다. 아빠가 마루타인 것인가.
이날, 아이는 네발자전거를 마스터했다. 그리고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 자전거를 선물받았다.
우리 아이는 집에서는 아무리 권유해 봐도 싫어했던 킥보드를, 제주도 여행 와서 처음으로 즐기며 타기 시작했다. 자전거도 마찬가지였다.
제주 한달 살기를 떠나기 전에만 해도, 아빠와 매일 같이 싸우다가, 여행을 하며 다시 아빠와 돈독해졌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지 않고, 집에서 계속 출근과 등원을 반복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이러한 것들이 가능하기 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을 것 같다.
낯선 공간에서는 과거의 익숙한 기억보다는 새로운 경험이 더 큰 힘을 발휘했고, 그를 통해 우리는 집에서는 하지 못한 일들을 해냈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