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영흥도
790번 버스를 타고 가보자! '영흥도'로
어느 날 평범한 하루였던 그 어느 날, 나는 무턱대고 790번 버스를 타고 영흥도로 출발했다. 아무 계획도 없었고 간다고 말하지도 않은 무계획, 아무 생각 없이 지른 돌발행동였다.
우리 집에서 영흥도에 가려면 2시간을 지하철을 타고 오이도에 하차한 뒤 790번 버스로 갈아탄 다음 1시간 30분 정도 더 들어가야 도착하는 곳. 이동하는 시간만 족히 4시간 걸리는 대장정이다.
그런데 나는 아무런 언질 없이 구남친(지금의 신랑)이 일하고 살고 있는 '영흥도'로 찾아갔다.
구남친도 굉장히 놀라고 당황스러워했지만 무척 좋아하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이 먼 길까지 찾아와 준 내가 고마웠는지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주고 맛있는 곳도 알려주며 영흥도를 홍보하기 바빴다. 마치 '이곳도 괜찮아~ 효리네 민박에 나온 제주도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관광지에 바다 둘러싸인 섬이고 산도 많아 공기도 좋아~ 물론, 음식점은 몇 없지만 맛집은 많아~'라며 끊임없이 말을 해댔다.
연애를 하면서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던 나는, 참 신기하고 구남친이 소개해주는 걸 어린아이마냥 눈을 반짝거리며 열심히 설명을 듣고 또 들었다. 사실 구남친을 만나기 전까지 마음속으론 '내가 왜 이곳까지 왔을까!'란 의문이 계속 괴롭혔다. 이곳까지 오는 길이 힘들고 지쳤기 때문였으랴~
처음으로 찾아간 '영흥도'는 설레는 마음보단 상당히 불편한 교통편으로 진짜 말도 안 되게 불편했다. 직행으로 들어오는 교통편이 없어 지하철환승을 2번, 버스로 또 한 번, 터미널에 내려선 마을버스로 또다시 갈아타야만 했다. 빙글빙글 돌고 돌아서 들어가는 기분이라 지칠 대로 지쳤다. 결국 버스에서 지쳐 잠이 들었고 종점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렸는데, 마침 해 질 녘이라서 저녁노을이 예쁘게 지고 있었는데 그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고 지금까지 고생하며 들어온 보람을 느끼는 순간였다.
구남친에게 서프라이즈로 몰래 온 것이라 전화를 하고 그를 기다렸는데 마땅히 앉아서 기다릴 곳이 없었다. 지금은 버스터미널이 새 단장을 해서 대합실도 생기고 커피숍도 있지만 처음 왔을 땐 그런 곳이 없었다. 주변을 돌아다니다 조그마한 커피숍을 발견해서 들어갔고 그곳에서 강아지를 키우며 장사를 하고 있는 사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이후로 나는 올 때마다 그 커피숍을 애용했는데 '플로레도'라는 개인카페가 생기고 '이00'같은 프랜차이즈커피숍이 들어오게 되자 그 조그마한 커피숍은 문을 닫았다.
내 처음의 추억이 사라진 것 같아 씁쓸하지만 어쩔 수 있나!
딱 버스에서 내려 마주했던 노을이 지던 그 광경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은 바다 위로 저무는 석양은 낭만적이고 울컥하게 만드며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이 맛에 이곳에 정착하고 살아가는 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