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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동이맘 Jun 06. 2024

결혼식은 2번은 못하겠다 - 두 번째

결혼날짜는 누가 잡아주는가~

 시아버님은 신랑이 고등학생일 때 돌아가시고 시어머님만 있었다. 근 20년을 홀로 살아오셨는데, 아들부심이나 며느리 잡으면 어떡하지? 란 고민이 들기도 했었다.

 지레 겁을 먹고 홀시어머니를 감당할 수 있을까? 나와는 할머니뻘의 나이대인데 고부갈등, 세대갈등으로 힘들지 않을까?

 신랑이 중간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피어나고 없어지고를 반복했다. 하지만 내 걱정이 무색하게 시어머님은 단 하나만을 바라셨고 요구하셨다.

 

 아들 장가보낼 때 해주려 모아놓은 돈을 몇 해 전 세놓는 집에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해서 다 쓰고 남아있는 돈이 없으니 도움을 줄 수도 없고, 또 어머님이 형제 중에 막내로 태어나 남아있는 형제가 몇 없으니 예단도 굳이 준비 안 해도 되며 받지도 않겠다고 선언하셨다. 예단비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며 결혼에 관한 것도 일절 관여하지 않겠노라 말씀을 하셨는데 어안이 벙벙했다.

 옛날 사람이고 꼬장꼬장한 할머니라고 생각했는데 그것 역시 내 편견이자 쓸데없는 걱정였다.

 이 엄청난 이야기를 첫 만남에 들었는데 속으론 쾌재를 불렀다. 마침 돈도 부족했고 결혼을 미루고 싶었는데... 이렇게 되면 굳이 미룰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딱 하나 시어머님이 요구한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결혼식장'이었다.

 결혼식은 결국 잔치인데 오시는 손님에게

 

"밥 잘 먹고 갑니다!"


 배부르고 잘 대접해야 우리 결혼생활에 축복이 깃들고 복을 받는 것이라며 강조를 여러 번 하셨다. 반드시 잔치는 넘치고 기분 좋게 찡그린 사람 없이 잘 치러야 하며 손님들이 "밥 잘 먹고 갑니다."라는 말이 끊임없이 계속 들려야 두고두고 복을 받고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이며, '결혼'출발부터 좋은 소리 듣고 나중에라도 계속 회자가 될 것인데 그때마다 좋은 말이 들려야 잘 산다는 것이다.

 다른 것은 일절 상관하지 않을 터니 결혼식장만은 이곳으로 하라고 으름장을 놓으셨다.  

 생각해 보면 친정오빠가 결혼식을 올렸을 땐 그 밥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마지막 순서이기도 했고 주차장도 협소해서 손님들이 부랴부랴 먹고 나가기 바빴다. 또 음식이 비었음에도 채워지지 않아 불평불만이 많았다.

 나 또한 남아있는 음식도 없고 먹을 것이 없어 쫄쫄 굶었으니...

 시어머님 말씀에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졌다.

 '다 먹자고 하는 건데~ 잘 대접해야 되는구나!'


 신랑과 그 이후에 결혼식장에 예약하러 방문하였을 때, 이왕 대접하는 거 좋은 곳에서 마음 편히 북적이지 않은 곳에서 편히 모시고 싶어 일부러 단독연회장을 쓸 수 있는 예식홀로 상담을 받았다.

 물론 웃돈을 더 얹어서 말이다. 그런데 비어있는 날짜가 일요일 첫 타임만 남아있고 이 날이 아니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연은 인연인지 아니면 하늘의 뜻인지 우린 그날로 예식날짜를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덕분에 결혼날짜를 먼저 잡고 상견례를 하게 된 웃픈 스토리!

 길일에 올리는 것이 아닌 결혼날짜는 예식장에서 잡아주는 것이라 했던가! 결국 나 또한 내 결혼날짜를 어느 누구도 아닌 예식장이 잡아주었다.

 내 결혼기념일이, 한 번만 치를, 내 결혼식이,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휘리릭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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